사는 이야기

영평사에서

달빛3242 2017. 1. 23. 17:17

영평사 하면 제일 먼저 구절초가 떠오른다.

가을 들꽃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구절초가 절 주위로 흐드러지게 핀다는데

꽃을 좋아하는 내가 여태까지 그 곳에 가보지 못했으니!

영평사는 대전에서 가까운 도시 세종시에 위치하고 있어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금새 다녀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못갔는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먼 곳은 더 자주 찾게 되면서도 가까운 곳은 '뭐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올해도 솔직히 영평사에 가보겠다는 간절한 마음은 없었는데 마침 된장이 떨어져서~ㅋ

여고동창회에 갔는데 요리 잘 하는 친구가 영평사 된장이 맛있다는 것이었다.

그래? 그러면 구절초 피는 계절에 맞춰서

님도 보고 뽕도 따고 한 번 가봐야 겠구나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영평사는 구절초가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서 해마다 구절초 축제를 개최한다.   

축제 기간에는 인파가 북적거릴게 뻔해서 축제 하루 전 날 영평사를 찾았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구절초를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절 주변 산자락에는 구절초가 제철을 맞아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화려하지 않아서 더 좋은 꽃 구절초

말갛고 순수해서 더 이쁜 꽃 구절초

이렇게 이쁠 줄 알았으면 무거운 카메라를 가지고 오는 건데

귀차니즘으로 인하여 성의없이 똑딱이로 몇 장 찍은 게 미안하고 아쉬웠다.



내 추억 속의 한 페이지에도 이처럼 구절초가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다.

스물 두 살 풋풋한 시절에 둘이서 찾았어느 호젓한 산자락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서 살랑거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한데

 세월은 어느새 40여 년이 흘러가 버리고 이제는 메기의 추억이 되어버렸다.



이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구절초 은은한 향기 속에서 추억도 떠올리고

아름다운 구절초의 가을을 즐길 수 있음에 행복하고 감사했다.



오호라! 이곳이 친구가 말했던 그 된장공장?

절집 한켠에 빼곡하게 놓여있는 장 항아리들이 정갈하고 깨끗해 보여서 우선 흡족했다.

'머리카락도 안 나오고 청결하겠지?'


고추장은 오디효소와 버무려서 집에서 직접 담가먹지만

된장은 그동안 동생이나 지인들로부터 얻어다 먹거나 사 먹었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네와 사부인께 드릴 된장, 간장, 죽염 등을 한 보따리 사가지고 왔다.


구절초도 보고, 된장도 구했으니 일타쌍피? 일석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