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가을도 저물어 가고 - 11월 13~14일
달빛3242
2017. 2. 12. 21:02
날씨도 추워지는데 배 부른 사마귀 한 마리가 꽃밭을 배회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빨리 좋은 장소를 골라 알을 낳아야 될텐데 하고 걱정했는데
그 다음날 보니 데크 계단에서 산란을 하고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힘이 없어 보여서 알도 못낳고 죽으면 어쩌나 했더니 다행이다.
스티로폴처럼 생긴 알집이 겨울철 추위를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단열이 잘 될 것이다
혹시 사마귀 알집에서 힌트를 얻어 스티로폴을 발명한 게 아닐까? ㅋ
내년을 기약하며 텃밭에 있던 계란가지를 뽑아냈다.
열매가 노랗게 변하기 전에는 하얀색이어서 달걀과 거의 흡사하다.
이게 다 까치밥이다.
까치밥 하면 높은 가지 끝에 감이 한 두 개씩 남아있는 풍경이 연상되면서
뭔가 쓸쓸하고 허전한 느낌이 들어야 정상인데
이건 뭐 푸짐하다 못해 새들도 지레 질려버릴 정도로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이따금 새들이 잔뜩 몰려와 홍시감만 골라서 파먹고 간다.
꽃이 없는 계절에 꽃처럼 보는 것도 좋고
새들이 와서 먹으니 아까운 생각도 들지않는다.
배추 겉잎이 노랗게 단풍이 들었다.
비료를 주면 단풍이 안들고 포기가 커질테지만 우리는 절대로 비료를 주지 않는다.
비료를 주면 배추 맛이 밍밍하고 김치가 쉽게 물러서 저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배추로 김장을 하면 좀 질기긴 하지만 묵은지가 되어도 아삭아삭한 식감이 그대로 남아있는다.
지각생 에키네시아꽃이 된서리를 맞을까봐 비닐로 덮어주었더니
늦가을까지 오랫동안 꽃을 보여주었다.
이 꽃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내년 봄을 기약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