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돼지감자 수확 - 12월 28일

달빛3242 2017. 2. 20. 16:24

지난 봄에 지인으로 부터 얻은 자색돼지감자 5개를 텃밭가에 심었었다.

그 중 한개는 퇴비장에 바짝 심었는데 유난히 실하게 잘 자랐다.

그동안 아파트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시골집에 다니러갔다가

갑자기 돼지감자 생각이 나서 수확을 하게 되었다.


한 겨울에 뚱딴지(돼지감자) 수확이라니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짓이란 말인가? ㅋ

엄동설한이 얼어죽었는지

겨울날씨 답지않게 너무 포근해서 돼지감자 캐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나온다, 나온다, 끝없이 나온다.

퇴비장 가에 심은 자색돼지감자는 캐도캐도 계속 꾸역꾸역 나왔다.

한 포기가 퇴비장의 거름기를 죄다 빨아먹었나 보다.

보물찾기가 이보다 더 재미지랴?



텃밭 한켠에 있는 퇴비장이다.

우리집에서 썩는 것들은 음식쓰레기를 비롯하여 모두 이곳에 버린다.

그러니 얼마나 거름지겠는가?



이게 다 한 포기에서 수확한 돼지감자이다.

저 줄기 하나로 이 많은 새끼들을 먹여살렸다니 대단하다.

갑자기 도라지타령이 생각난다.

'한 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로 반실만 나누나~~'



도대체 몇 개나 되는지 궁금하여 땅바닥에 쏟아놓고 세어보았다.

강낭콩만한 작은 것까지 모두 합쳐 285개!

내가 여태까지 심었던 농산물 중에 최고의 다산왕이다.

농사짓는 재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퇴비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 심었던 돼지감자는 20여 개 남짓에 씨알도 크기가 작았다.

확실히 농산물의 수확량은 거름에 비례한다. 



아래는 남편이 돼지감자를 캐는 동안 둘러본 풍경이다.

은빛 찬란한 이 탑의 정체는? 바로 무화과 나무이다.

추위에 약해 노지월동이 안되기 때문에 구스다운 못지않게 왕겨를 넣어 보온 중이다. 

추위를 막으려다 사지육신이 꽁꽁 묶인채로 답답해서 죽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이 빨간 단풍의 정체는? 딸기이다.

봄에 두 포기 사다 심은 딸기가 사방으로 기어다니며 뿌리를 내려 텃밭을 다 뒤덮을 기세다.

겨울에도 잎이 죽지않고 예쁘게 단풍까지 들어주니 기특하다.

 


돌틈에 심은 남천도 빨갛게 단풍이 들었다.



작고 앙징맞은 빨강 열매가 보석처럼 아름답다.

윤기가 흐르는 붉은 잎과 함께 한겨울의 삭막함을 달래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