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과 함께 - 4월 23일
몇 해 전부터 해마다 봄이면 언니 동생과 함께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부여 홍산에 사시는 막내외삼촌댁이다.
네 분의 외삼촌 중에 막내외삼촌은 특별히 우리 자매들과 잘 통하고
많은 추억을 남겨주신 분이시다.
외삼촌은 젊은 날 신문기자로 일하실 때 내게 오토바이를 가르쳐주시기도 했다.
자전거를 많이 타봐서인지 오토바이 운전은 별로 어렵지도 않고 너무나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스무살 젊은 혈기에 겁도 없이 무면허로 도로를 질주하다가 교통경찰한테 딱 걸리고 말았다.
내 생애 경찰한테 두 번 걸려봤는데 첫 번째는 여고시절에 백마강을 헤엄쳐서 건너다가 걸린 것이고
오토바이 타다가 걸린 것이 두 번째이다.
경찰은 오토바이 뒷꽁무니에 'OO일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고 이것저것 묻고는
오토바이를 타려면 면허증을 딴 다음에 타라는 주의만 주고 고맙게도 훈방조치 해주었었다.
외삼촌댁에서 동심으로 돌아간 자매
외삼촌은 강경읍과 부여군 세도면를 잇는 황산대교의 이름을 지으신 분이기도 하다.
강경읍 사람들은 '강경대교', 세도면 사람들은 '세도대교'로 이름을 지어야 한다고 팽팽히 맞섰는데
역사학자이신 외삼촌께서 사람들을 설득하여 두 지역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황산벌의 의미를 담아
'황산대교'로 다리 이름을 짓자고 하자 양측 모두 대환영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젊은 날 남편과 연애하다 아버지께 딱 걸려서 엄청나게 혼날 위기에 처했을 때
외삼촌댁으로 도망친 일도 기억에 생생하다.
내년에 팔순이 되시는 외삼촌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외삼촌 지인의 농장
외심촌 부부, 우리 부부, 언니, 동생, 모두 여섯명이 봄나들이에 나섰다.
외삼촌의 안내로 첫번째로 들른 곳은 외삼촌의 지인이 운영하는 호두농장이다.
호두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길쭉하게 늘어진 것이 수꽃이고 암꽃은 새 순 위쪽에 있는데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30여 년 동안 호두농사를 지으면서 주변에 정자도 짓고 꽃도 예쁘게 가꿔놓은
주인장의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더욱 머물고싶은 곳이었다.
동생은 호두나무 묘목을 10 그루나 선물받았다.
나에게도 준다고 하는데 심을 곳이 없어서 사양했다.
농장에는 호두나무 뿐만 아니라 포도나무, 배나무, 가죽나무 등 여러가지 나무들이 많았다.
가죽나무 순이 꽃처럼 이쁘고 야들야들해 보이지만 독특한 향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렸을적에 물오른 가지를 꺾어 비틀면 겉껍질과 속대가 분리되어
겉껍질로 호때기를 만들어 불던 생각이 난다.
농장에서 한 시간쯤 머물다가 충화면에 있는 외할머니 산소에 다녀오고 고사리도 꺾었다.
강경에서 만나기로 하고 일행과 잠시 헤어져 우리 부부는 임천으로 향했다.
부모님 산소를 둘러본 다음에 집에 들러 항아리 한 개와 항아리뚜껑 몇 개를 챙겨가지고 나왔다.
어머니께서 생전에 살뜰히 가꾸셨던 집은 잡풀이 뒤덮여 거의 폐가가 되었다.
세월의 무상함이여~~
강경 황산옥에서 다시 합류하여 유명한 복지리로 점심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외삼촌은 홍산으로, 동생과 언니는 동생네 농장이 있는 음성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손자에게 진상할 참조기 한 상자를 사가지고 옥천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133 마리 한 상자에 78만원
하루 동안 참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홍산면 외삼촌댁 → 남면 호두농장 → 충화면 외할머니 산소 → 임천면 본가 → 강경읍 황산옥 → 충북 옥천
봄빛이 아름다운 날, 외삼촌과 함께 충청도의 여러 지역을 누비고 다니며 추억여행을 하고
새로운 추억이 될 오래 기억에 남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