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감나무의 생명력
달빛3242
2017. 7. 2. 16:34
우리집에는 커다란 감나무가 너무 많아서
가을이면 감에 치이고 감나무 낙엽에 치여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수확하는 감보다 까치밥이 더 많다 보니 새들과 청설모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어
감나무 아래 꽃잔디가 홍시벼락을 맞아 엉망이 되곤 했었다.
그리하여 지난 늦가을 날을 잡아 거사를 치르기에 이르렀다.
감 수확을 줄이고 감나무 높이도 낮출겸 무자비하게 감나무의 가지들을 잘라냈다.
감나무는 멋진 수형이 망가지고 처참한 몰골이 되었다.
위 사진 왼쪽 감나무의 모습이다.
지금은 처참했던 몰골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연두빛 새 가지들이 무성하게 삐져나와 지난 가을의 상처를 포근히 감싸안고 있다.
맨위 사진 오른쪽 감나무의 모습이다.
잘려진 가지 주위로 새순이 빼곡하게 나와서
망가졌던 수형이 빠르게 회복되어가고 있다.
이 감나무도 굵은 몸통만 남기고 가지를 다 잘랐었는데
콩나물 시루처럼 새순이 많이도 나왔다.
감나무의 생명력에 감탄하면서도 별로 반갑지는 않다.
내년이면 새 가지에 또 감이 주렁주렁 달릴 것이고 수많은 낙엽을 떨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잘랐으면 과감하게 밑동을 그냥 확 잘라버려서 화근을 없애버렸을텐데
옆지기의 마음이 워낙 부처님처럼 자비로워서 가을이면 또 귀찮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