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새 구하기

달빛3242 2018. 5. 10. 14:29

평온한 휴일 오후, 아내와 아들, 며느리, 손자들이 난리가 났다.

전봇대 꼭대기에 새가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좁은 틈에 끼게 되었는지 새 한 마리가 전봇대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린 생명이 너무 안타까워 차마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사진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전봇대 꼭대기 한가운데에 목이 걸려있는 새의 모습이 보인다.

빠져나오려고 두 발을 바둥거려 보지만 깃털만 빠져서 날릴 뿐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애처로운지!


아내가 감을 딸 때 쓰는 기다란 찔렁대를 찾아왔다.

사다리에 올라가서 찔렁대로 새를 구해보려 했는데 잘 되지가 않았다.


찔렁대를 포기하고 손으로 직접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전봇대 위로 올라가기로 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고무신을 신은채로 그냥 막 올라갔다.ㅋ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아내와 아들, 며느리, 손자들이 위험하다고 난리가 났다.

감전이 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는 아내의 말에

요즘은 피복전선을 쓰기 때문에 괜찮다고 안심을 시켰다.


발에 땀이 나고 신발이 자꾸만 벗겨질려고 해서 

올라가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하지만 끝까지 올라가 좁은 틈에 목이 걸려있는 새를 빼내는데 성공했다.

기운이 빠진 새를 놓아주니 날개를 파닥거리며 힘겹게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보며 불안하게 지켜보던 가족들이 모두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새가 후유증 없이 잘 살아야 할텐데...

무엇보다도 손자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좋은 산교육이 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내년에 박씨를 어디다 심을까?"

아내의 농담이다.



나보다도 더 겁 먹고 긴장한 아내가 결정적인 장면은 사진을 못찍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