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남지 연꽃, 그리고 추억
친정 언니, 동생을 비롯한 3자매가 부부동반으로 외삼촌 팔순잔치에 가는 길에
잠깐 부여 궁남지를 찾았는데 연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할애된 시간이 짧아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연꽃을 즐길 틈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대충대충 사진을 찍으며 한 바퀴 돌았다.
한낮이었지만 다행히 구름이 많이 낀 날씨여서 무덥지 않아 좋았다.
궁남지는 내 젊은 날의 추억이 많이 얽혀 있는 곳이다.
대학시절 외삼촌한테 오토바이를 배우고
면허증도 없이 혼자서 신나게 누비고 다녔던 곳이 바로 궁남지 주변이었다.
아버지의 고물자전거만 타다가 외삼촌의
오토바이를 처음 탔을 때의 기분이란?
말로 형용할 수 없이 황홀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때는 자전거 타는 여자도 드물 때였는데
꽤 괜찮은 외삼촌의 오토바이를 타고 부여읍내를 누비고 다녔으니
나도 별종은 별종이었다.
예전에는 별 볼일 없던 궁남지가 주변의 넓은 논에 온통 연꽃을 심으면서
전국적으로 소문난 아름다운 명소가 되었다.
한 때는 무거운 카메라에 삼각대까지 메고 연꽃 사진을 찍겠다고
혼자서도 몇 번을 찾아왔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연꽃 피는 계절의 무더위를 참기도 힘들고
여러가지 카메라 기기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도 버겁게 생각된다.
이제는 열정이 식은게지 ㅠㅠㅠ
내가 원하는 곳에 촛점을 맞출 수 없는 스마트폰의 한계를 느끼며~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하나만 달랑 들고 다니니
너무나 편하긴 한데 아직도 마음 한켠에는 버리지 못한 미련이 꿈틀거린다.
연꽃 두 송이가 있으면 '쌍년'
개연 두 송이는 "개쌍년'이라던 어느 스님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수련 두송이 물그림자 고요히 드리우고~
우아하고 귀품있는 황연
대형 연꽃 위에 얹혀진 듯한 궁남지 포룡정
야경이 너무 멋지다는데......
내 젊은 날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한 풍경이!
왜 그 때는 자전거가 백마로 보였을까? ㅋㅋㅋ
시력에 문제가 좀 있었으나 아직 후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