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테 하이라이트 트레킹 - 삭막한 바윗길 사스 포르도이(Sass pordoi)트레킹①
7월 6일
- 루트 : 마리아 산장(2,950Km) → 보에 산장(2,871Km) → 마리아 산장(2,950Km)
- 총거리 : 약 5.1Km
- 소요시간 : 3~4시간
어젯밤에도 비가 와서 날씨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쾌청이다.
트레킹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여서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사스 포르도이 트레킹이 있는 날, 전용차량으로 40여분 거리의 파소 포르도이로 향했다.
파소 포르도이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착하니 초원 위로 웅장한 암봉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솟아 있다.
저 위에 오르면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 상상하니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케이블카는 사스 포르도이(2,950m)까지 고도 700m를 4분만에 올려다 주었다.
마리아 산장에 발을 딛는 순간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산군들!
사소룽고, 마르몰라다, 셀라, 칸티나치오 등 어디를 둘러보아도 환상적인 풍경이다.
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암봉들이 수억 년 전 바다에서 융기된 것들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안내 표지판을 보며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산봉우리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지난 이틀 동안 줄기차게 따라다녔던 싸스형제의 얼굴이 이곳에서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초원 사이로 아득하게 하얀 길이 나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따라 끝없이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일었다.
마리아 산장 전망대에서 보이는 주변의 암봉들은 고도 2,000~3,000m대 높이의 산이다.
만년설은 아니지만 많은 산봉우리에 눈이 덮여 있는 모습이 더욱 아름다웠다.
6월 하순경에 이례적으로 눈이 엄청 많이 왔다고 했는데 그 눈이 아직 안 녹은 것이었다.
마리아 산장 전망대에서 피츠보에 봉우리 쪽으로 향하는 트레킹이 이어졌다.
그저께와 어제는 야생화 지천인 푸른 초원의 알프스를 트레킹 했었는데
오늘은 풀 한포기 없이 황량하고 척박한 암봉 사이를 누비고 다녀야 한다.
급경사길을 내려갈 때는 올라갈 때보다 더 주의가 요구된다.
잘게 부서진 돌멩이를 잘못 밟으면 미끄러질 수가 있기 때문에
스틱에 몸무게를 실으면서 천천히 내려가야 한다.
무지하게 장대한 바위를 어찌 다 담을 수 있으랴.
짙푸른 하늘 아래 황량한 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피츠보에 봉우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길옆에 눈이 잔뜩 쌓여 있는데도 전혀 춥지는 않았다.
아담하고 예쁜 산장에서 한숨 돌리고~~
'이래서 아이젠을 가져오라고 했구나.'
7월에 무슨 아이젠? 하면서 그래도 혹시나 해서
아이젠을 챙겨오긴 했지만 착용할 정도로 미끄럽지는 않았다.
눈길에서 엉덩방아도 찧으면서 깔깔거리며 재미있게 걸었던 사스 포르도이 트레킹
한여름에 겨울의 한복판 같은 눈길을 가로지르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 취향으로는 야생화를 보며 걷는 길만큼은 아니었다.
눈길, 자갈길, 바위길을 번갈아 걸으며 피츠보에(3,151m) 봉우리 턱밑까지 당도했다.
피츠보에는 보기에는 밋밋해 보이지만 올라가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고 했다.
3,000m가 넘는 곳에서는 올라갈 때 엄청 숨이 차고 힘이 드는데
정상까지 올라가는 일정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간다면야 뭐 못 오를 것도 없지만......
구멍이 뻥 뚫린 사각뿔 모양의 돌탑과 오른쪽 멀리 군용시설 같은 건물이 보인다.
바로 오늘의 트레킹 종착지 보에 산장이다.
다른 산장과는 다르게 외관이 그닥 끌리지 않는 모습이다.
탑을 쌓은이가 아마도 이런 포즈로 사진 찍으라고 구멍을 뚫어 놓은 것 같아서~~
오늘의 트레킹 반환점인 보에 산장에 다다르니
입구에 쌓인 눈이 아직도 1m가 넘는다.
눈 속의 산장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이제 다시 온 길을 되짚어 돌아가야 한다.
풀꽃 한송이 없는 그 삭막한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