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태풍 링링이 할퀴고 간 우리집 참상

달빛3242 2019. 9. 8. 11:39

역대급 태풍이 우리나라를 향해서 올라오고 있다는 예보에 며칠 전부터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태풍 링링이 점점 세를 불리면서 우리나라를 향해서 올라오는 기상도를 보며

이번에는 아무래도 큰 피해를 입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드디어 우리집에도 어제 아침부터 태풍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람이 조금씩 일기 시작하더니 오후 들어 점차 강해지면서 나무들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태풍이라 하면 보통 비바람이 심하게 치는 험상궂은 날씨를 상상하게 되는데

이번 태풍은 마른 태풍인지 비는 몇 방울 찔끔 내리고 간간이 햇빛이 비치기도 했다.

강한 바람결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져서 밖에 나가 일부러 돌아다니기도 했다.

오후 늦게 뉴스에서 태풍이 우리나라를 완전히 빠져나갔다고 해서 안도감이 들었다.

 역대급이라면서 겨우 이정도였어?

태풍의 진로가 서해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비바람이 그리 심하지 않았나 보다. 

걱정했던만큼 강한 바람이 불지않아서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는데 웬걸!


언덕에서 20여 년간 끄떡없이 자라던 살구나무가 속절없이 뿌리채 뽑혀서 쓰러지고 말았다. 

살구는 거의 못 먹었지만 해마다 봄이면 구름처럼 피어올랐던 그 예쁜 살구꽃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쓰러진 살구나무가 길을 막고 있다.

가지가 무성해서 연분홍 꽃이 피면 벚꽃 못지않게 아름다웠었는데......ㅠㅠㅠ

가지 많은 나무 바람에 더 부대낀다.


아름드리 살구나무가 쓰러지면서 밑에서 자라던 영산홍, 철쭉, 산당화 등도 아작이 나버렸다.

꽃나무를 덮친 가지들을 대충 잘라 치워주었다.

내 꽃들, 아까워라!


그동안 고마웠다.

잘 가라 나의 살구나무야.


전신주를 타고 무성하게 올라가던 능소화도 가지가 많이 상했다.

전신주에 붙어있던 뿌리(?)가 바람에 분리 되면서 가지가 지저분하게 늘어져버린 것이다.


텃밭의 들깨도 엎쳐버렸다.

열 포기도 안되지만 그동안 깻잎을 잘 따먹었었다.

일으켜 세워주면 가을에 깨보송이를 할 수 있을까?


옥수수도 링링과 격전을 치르면서 쓰러지고 꺾이고, 전사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옥수수는 완전히 여물지는 않았지만 거의 익어가고 있는 시기여서 꺾인 대에서만 수확을 했다.


너무 많아서 잘난 놈은 냉동고에 들어가고


못난 놈은 입으로 들어갔다.


태풍의 피해가 이만하기 다행이다 싶다가도

 아무리 생각해도 살구나무는 아깝기 그지없다.

'분이네 살구나무' 같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