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의 김장
올해는 배추가 전국적으로 흉작이라고 한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다.
뿌리가 썩는 병으로 반쯤은 물러서 주저앉아버렸다
겨우겨우 살아 남은 것들도 벌레가 기승을 부려서 망사스타킹이 되어버렸고
게다가 진딧물까지 꼬여서 배추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예 포기하고 배추벌레가 있거나말거나 신경도 쓰지않고 그냥 방치하다시피 했다.
다행이도 동생이 농사지은 배추를 가져다 주어서 예년보다 조금 일찍 김장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못난이 우리 배추도 뽑아 두번째 김장까지 하고나니 어찌나 뿌듯한지!
동생네 배추
올 같은 흉년에 초보농사꾼인 동생네는 배추농사가 대박이 났다.
100여 포기를 심었다는데 한포기도 실패하지 않고
지금까지 농사지은 중에 올해가 가장 실하게 잘됐다는 것이다.
동생이 배추 20포기를 가져왔는데 속이 얼마나 꽉 찼는지 반으로 자르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20포기로 김장을 하니 배추가 너무 커서 김치통을 7개나 채울 수 있었다.
우리 배추
찌질했던 우리 배추도 늦가을까지 놔뒀더니 제법 쓸만한 것들이 나왔다.
크기는 작지만 단단해서 김치를 담으면 오래 보관이 가능할 것 같다.
농사짓느라 고생한 옆지기를 생각하며 작은 것들까지 알뜰하게 챙겼더니
큰 김치통으로 2통 반이나 나왔다.
생각지도 않게 올해는 2번의 김장을 하게 되어 김치부자가 되었다.
요즘은 김장 조금 하는 것도 귀찮아서 김치를 사먹는 집이 얼마나 많은가?
이 나이에 김장을 두번이나 한 나를 스스로 칭찬한다.ㅎㅎ
너무 작은 것은 시레기 만들고~
김장할 때마다 친정 어머니가 생각난다.
고무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찬물에 배추를 씻으시며 얼마나 손이 시리셨을까?
맨손으로 그 매운 김장속을 넣으시며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모닥불에 잠깐씩 버선발을 녹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머니에 비하면 나는 따뜻한 거실에서 편하게 김장을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