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늙는 것도 서러운데

달빛3242 2020. 2. 5. 21:27

오늘은 병원을 두군데나 다녀왔다.

첫번째는 치과에 들려 상한 이를 때웠다.

이를 때우는 것은 큰고통 없이 간단하게 끝났지만

3개월 후에는 임플란트도 해야하는데 지금부터 많이 위축이 된다.

나이를 먹으니 점차 이가 부실해진다.

옛날에는 이가 빠지면 어쩔 수 없이 빠진대로 그냥 살아야 했지만

요즘은 임플란트로 이를 다시 해넣을 수 있으니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요즘 같으면 '이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속담이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 같다.

내가 어렸을 적엔 나이 많으신 노인들 중에 이가 다 빠져서 합죽이가 되신 분들이 많았다.

갑자기 생각난 추억 속의 '수랑골할머니'!

그분은 우리 할머니의 친구분이셨는데 우리집에 가끔 놀러 오셨었다.

우리 할머니는 틀니를 하고 계셔서 보기에 괜찮았지만

그분은 이가 하나도 없으셔서 볼이 움푹 파인 합죽이셨다.

그분과 같이 밥을 먹을려면 생선 가시를 손으로 발라내는 것도 마뜩잖았고

어린 소견에 우물거리며 식사를 하시는 모습은 더 보기가 편치 않았었다.

잇몸으로 식사 하기가 얼마나 불편하고 아팠을지 어린 소녀가 어찌 헤아릴 수 있었으랴.

그 어린 소녀는 어느 세월에 할머니가 되어서 이가 하나씩 둘씩 망가져가고 있으니 

인생이 참 허망하고 서글프게 느껴진다. 

요즘 어르신들 중에는 합죽이로 살아가시는 분이 거의 없다. 

현대의술의 승리라고 생각되면서도 좀더 고통 없이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충치가 안 생기는 신약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조물주가 사람을 만들 때 이가 빠지면 또 나올 수 있게 만들었어야 하는 건데......


두번째로는 피부과 병원에 들러 얼굴과 손등에 생긴 잡티를 제거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나이를 먹으니 주름진 얼굴과 손등에 저승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조금이나마 추하게 늙지 않으려는 생각에 레이져 시술을 받았는데

어찌나 따끔거리던지 눈물이 쏙 빠졌다.

이를 악물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주문을 외면서 간신히 견뎌냈다.

늘 꺼림칙했지만 무서워서 벼르고 별렀던 일을 하루에 두가지나 해치우고 나니

밀린 숙제를 해결한 듯 속은 후련하다. 

레이져 시술은 한번에 끝나는게 아니어서 앞으로도 몇번을 더 다녀야 하지만

그래도 시작을 해놨으니 다음부터는 좀 수월할 것이다.


"나이는 호랭이보다 무서운 것이여."

예전에 큰아버님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 그때는 마음에 와닿지 않았었는데

오늘따라 씁쓸하게 귓가에 맴돈다.

에효, 늙는 것도 서러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