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계의 깡패 물까치
산자락 한적한 곳에 자리한 우리 집은 새들의 천국이다.
지붕 밑이나 건물 틈바구니에는 주로 참새, 딱새가 둥지를 틀고
주변 가까이에 있는 나무에는 물까치가 둥지를 틀고 있다.
물까치 둥지는 얼마나 많은지 정원수에 지은 것만 해도 10여 채나 된다.
단풍나무에 지은 물까치 둥지
장미덩쿨 위에도
화살나무에도 물까치 둥지가 얹혀있다.
으름덩굴에는 여러 개의 물까치 둥지가 있다.
감나무, 백일홍나무에서도 물까치의 둥지를 쉽게 볼 수 있다.
물까치는 우리집에 오는 새들 중에서 참새 다음으로 개체수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요놈들이 어찌나 사나운지 매일 마주하는 주인도 몰라보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와서 등도 쪼고 머리도 쪼아서 여간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아무 때나 쪼는 건 아니고 번식기 때 새끼를 지켜내기 위한 모성애라고 한다.
'내가 어디로 봐서 어린 새끼를 해칠 사람으로 보이냔 말이다.'
어쩌다 까마귀가 나타나면 떼거리로 몰려와 요란하게 깍깍거리며
기어이 내몰아 버리고 만다.
몸집이 물까치보다 훨씬 큰 까마귀도 물까치의 텃세에는 속수무책이다.
오래간만에 퇴비장으로 먹이를 구하러 온 까마귀는 저항도 못해보고 빈손으로 쫓겨나고 만다.
지남 봄에는 이쁜 오색딱따구리가 감나무에 터를 잡고 집을 짓기 시작했다.
감나무 아래 땅바닥이 나무가루로 하얗게 뒤덮여있다.
열심히 감나무를 쪼아대는 모습이 신기해서 숨 죽여 살펴보곤 했었다.
그런데 한마리가 집을 짓는 동안 또 한 마리는 주변 나무 위에서 보초를 서는 것 같았다.
자세히 살펴보려고 발소리를 죽여가며 아주 조용히 다가가는데도
나무속에서 일하던 오색딱따구리가 어찌 알고 날아가는지 궁금했는데
밖에서 보초를 서던 한 놈이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집 짓는데 방해가 될까봐 되도록이면 감나무 근처에 가지 않았다.
동그랗고 예쁜 집이 완성되기까지는 열흘도 넘은 것 같다.
딱따구리가 알을 품는지 주변이 조용해지고 며칠 동안 모습이 안보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물까치와 오색딱따구리가 싸우는 모습을 아들이 보았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고생스럽게 둥지를 완성했는데 입주하자마자 물까치에게 쫓겨나다니!
이놈의 깡패 물까치, 성질이 더러우면 노래라도 듣기 좋게 하던가!
집 가까이 찾아오지는 않지만 주변 숲 속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는 새들도 많다.
꾀꼬리, 뻐꾸기, 쏙독새, 산비둘기, 부엉이, 올빼미 등등 수많은 종류의 새들이
저마다의 특색 있는 노래로 전원생활의 묘미를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