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추억 여행 [追憶旅行]

달빛3242 2023. 7. 13. 17:56
추억 여행 [追憶旅行]
가을걷이를 대충 끝내고 아련히 멀어지는 수십년 전에 있었던 추억의 끝자락을 붙잡기 위해 여행을 떠나본다.
대학시절 서대전역에서 여자친구와 야간 열차를 탔는데 열차가 만원여서 바듯이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무릎에 여친을 앉혔다.
정읍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내장사에 도착해 보니 선경이 따로 없었다.
계곡에서 밥을 해 먹고 신선봉에 오르니 바람이 불면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내장산의 단풍은 환상 그 자체였다.
신선봉에서 신선이 된듯한 기분을 만끽하고 백양사로 논밭길을 걸어 도착하니 여기 또한 선경였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본 노을지는 호남평야의 풍요로움도 행복하게 했었다.
이렇게 환상의 세계를 선물한 여친은 지금도 내곁에 있다.
내 거울인 아내의 얼굴에 주름이 보여 안경을 쓰고는 아내의 얼굴을 보지 않으면서 순리에 조금은 어깃장을 놓고 있다.
현실로 돌아와서 지금은 내손으로 운전하여 내장사를 들러 주마간산 격으로 구경했다.
내장산의 단풍은 가을 가뭄으로 칙칙한데 도로 변의 단풍은 그래도 아름답다.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 백양사로 왔다.
1박하고 아침 일찍 백양사를 찾으니 고즈넉한 풍경이 가을의 맛을 만끽하게 한다.
백양사는 우리 부부에게는 많은 추억이 있어 자주 오게 된다.
여유롭게 구경하고 시간이 남아 선운사로 와서 화려하지는 않아도 정감이 가는 단풍을 보고 카페에서 차 한 잔하며 이글을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