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에 빠지다 - 23년 7월
장미에 한번 실패한 후 다시는 장미에 빠지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다.
흔하고 강한 넝쿨장미 몇 그루만 간신히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또 장미가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작년에 아들이 선물한 '에덴로즈'라는 장미가 올봄에 어찌나 이쁘게 피었는지
그것이 결국은 기폭제가 되어 장미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23년 5월 27일 만개한 에덴로즈(22년 6월에 구입)
내가 누군가?
한번 필이 꽂히면 기어코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던가?
하물며 그 대상이 꽃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우리집은 꽃밭이 만원이어서 입추의 여지가 없다.
장미를 심을 데라곤 취나물을 뽑아낸 작은 뒷밭 뿐인데 거긴 너무 좁아서 몇 그루 심지 못한다.
나의 장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옆지기의 놀이터인 텃밭을 분양 받지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동안도 야금야금 텃밭을 꽃밭으로 넓히면서 땅따먹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도 통할까?
"당신을 위해서 장미터널을 만들 계획인데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어렵게 농사 짓지말고
증손자나 안고 신선처럼 하늘하늘 장미터널을 거닐면서 편하게 사는게 좋지않을까요?"
살살 옆지기를 꼬드겨 옆지기의 놀이터인 텃밭을
일부 장미밭으로 내어준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ㅎㅎ
이제 장미 심을 밭도 해결되고 날개를 달았으니 일사천리로
아들과 합심하여 열심히 장미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장미 공부를 하면서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져 맘에 드는 장미를 선택하면
아들은 전국의 장미 농장을 수소문하여 구입하고 택배로 보내왔다.
얼마나 꼼꼼하게 포장을 하는지 잎사귀 하나 다치지 않게 배달해 줘서 마음에 든다.
그럭저럭 올해 들여온 장미가 미니 4그루를 포함하여 40그루가 되었다.
장미 묘목은 알리움 캐낸 자리에 임시로 심어 놓았다.
가을에 텃밭 농작물이 정리가 되는대로 옮겨 심을 계획이다.
더 구하고 싶은 장미는 정식으로 식재한 후에 들이기로 해야겠다.
장미는 성장이 매우 빠른 나무다.
이 넝쿨장미는 일주일 만에 아래 사진만큼 자라났다.
지지대 아래에 있던 것이 지지대 위로 쑥 올라왔다.
뭐니뭐니 해도 장미정원 만드는 프로젝트에 가장 많은 힘을 보태는 이는 옆지기다.
올봄에 옆지기와 이원에서 구입한 이 넝쿨장미는 정식으로 자리를 찾아 휀스에 올렸다.
볼 때마다 얼마나 이쁘고 뿌듯한지!
이원표 미니장미
대전 노은동표 미니장미
미니장미는 제철에 들인 것이고
아래 장미들은 모두 제철이 지난 다음에 들인 것이어서 2차로 개화한 꽃이다.
사계장미라서 철이 아닌데도 심심찮게 한두 송이씩 피어나는 꽃들이
얼마나 귀하고 이쁜지 모른다.
오벨리스크에 올린 '레오나르드 다빈치'라는 장미다.
그동안에는 꽃의 지지대를 거의 시누대로 받쳐주다가
오벨리스크를 처음으로 설치한 것을 보고 손자가 말했다.
"고급 지네요. 간지 나요."
이 장미도 이원에서 구입했는데 화원에서도 이름을 모른다고 했다.
꼭 레오나르드 다빈치를 닮았다. 맞을 것이다.
장미의 계절이 지난 다음에 구입해서 2차로 개화한 모습이다.
플로라 콜로니아
레드 에덴? 레드 피아노?
화원에서도 이름을 모르겠단다.
노발리스
나이팅게일
?
라빌라코타
핑크 에덴로즈
?
프라이프라우 카롤리네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프린세스 마가렛타
콘스탄스
퀸 오브 하트
다프네
에덴로즈
자댕 드 프랑스
크리스티나
알루메지
아브라함 다르비
에우리디체
거투르드 제킬
첫번째는 80%쯤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웬지 예감이 좋다.
이쁜 장미들아,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