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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여행 - 칠레

달빛3242 2012. 3. 13. 23:03

(2012년 8월 11일)

 

어젯밤 11시 멕시코시티를 이륙한 비행기는 적도를 지나 남반구인 칠레로 향했다.

칠레의 산티아고 까지는 8시간 15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야한다.

내일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하는데

잠이 영 오지 않아서 이어폰을 꽂고 기내에 설치된 오디오로 라틴음악을 들었다.

 

 

밤을 거의 새우다시피 하고 기내에서 새벽을 맞이했다.

창밖을 보니 하늘이 아침 노을로 불타고 있었다.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하여 멕시코에서 입고 온 여름 옷을 벗고 두꺼운 겨울 옷으로 갈아입었다.

하룻밤 사이에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온 것이다.

모두가 세수도 못하고 어제의 얼굴 그대로 칠레 가이드를 따라 나섰다.

좀 찝찝했지만 우리 일행 14명이 다 같은 처지였으니 뭐 어쩌랴 싶었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간 식당이다.

우리의 음식과 비슷한 순대와 곱창이 칠레에도 있었다.

 

 

식당 안에 설치된 구식 난로의 연료는 호두껍질이었는데 화력이 대단했다.

작은 식당이었지만 아주 따뜻하고 정감이 갔다.

식당에서 나와 안데스 산맥에 있는 잉카호수를 관광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달렸다.

안개가 낀 듯한 흐린 날씨에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아련해서

꼭 꿈 속을 헤메는 것 같았다.

마을 어귀에 쭉쭉 뻗은 미류나무가 옛날 고향 마을처럼 정겹게 보이기도 했다.

버스는 안데스 산맥 허리를 지그재그로 돌면서 높은 곳으로 끝없이 기어 올라 갔다.

날씨는 점점 더 사나워 지고 눈발까지 휘날렸다.

잉카호수에는 눈 덮인 안데스 산 봉우리들이 곱게 비쳐있을 거라는

야무진 상상을 했었는데 날씨가 따라주지를 않았다.

올라가 봤자 아무 것도 못 볼게 뻔했다.

구비구비 수도 없이 산허리를 돌면서 호수 입구까지 갔는데

눈보라가 너무 심해서 한 치 앞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눈이 많이 쌓이면 차량을 통제하기 때문에

그 곳에서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오도가도 못하고 발이 묶일 판이었다.

서둘러서 되짚어 내려와야만 했다.

그 바람에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차멀미까지 하게 되었다.

밤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산크리스토발 언덕에 올라가 산티아고의 야경을 감상했는데

보문산에서 바라보는 대전의 야경보다 못한 것 같았다.

 

21일 간의 일정에 딱 하루 배정된 칠레에서의 관광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내일은 아침식사만 하고 바로 공항으로 가서 아르헨티나로 가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