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 - 페루⑦
(2010년 8월 20일)
쿠스코에서 티티카카 호수가 있는 푸노로 이동하는 날이다.
버스로 거의 10시간이 걸린다는 가이드의 말에 지레 차멀미가 날려고 했다.
더구나 해발 4,000m가 넘는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가야 한다니 고생길이 휜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젯밤에는 우리 일행 중 두 여성분이 고산병이 너무 심해서
산소호흡기까지 끼고 밤을 새웠다고 했는데 오늘 일정은 아무래도 무리일 듯 싶었다.
가는 도중에 군데군데 관광지에 잠깐씩 내려서 구경도 하고 쉬기도 한다고 했다.
오로페사(빵 굽는 마을)
집집마다 화덕이 있어서 장작으로 불을 지펴 빵을 굽는다고 했다.
아침 일찍 빵을 굽기 때문에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작업이 끝나 있었다.
웬지 청결해 보이지 않아서 빵을 사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빵이 어찌나 큰 지 쟁반 같았다.
먹음직스러워 보이기는 했지만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먹은 빵 중에 최고로 맛있는 빵이다.
로미꼴까
산성 형태의 잉카 시대 관문이다.
외적의 침입을 막고 일반인들의 통행도 제한 했던 곳이다.
성의 꼭대기 상단에는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홈이 패어 있어 수로로 이용 했다고 한다.
삐니빰빠(기와 굽는 마을)
오랫동안 버스로 달려 오면서 처음으로 물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기와를 만들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
흙을 반죽해서 부부가 수작업으로 기와를 만드는데
손놀림이 어찌나 빠르지 눈 깜짝 할 사이에 기와 하나를 만들어냈다.
온종일 허리 한 번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일을 하는데도
그들의 생활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마당에는 쿠스코의 지붕들과 똑같은 색깔의 기와가 가득 널려 있었다.
수줍어서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던 귀여운 아기들
너무 큰 옷을 입어서 소맷단이며 바지 끝을 몇 번이나 접어서 입었다.
깨끗이 씻겨서 좋은 옷으로 갈아입혀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아기들에게 먹을 것과 돈을 조금씩 주었는데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락치마을
락치 마을은 잉카 유적이 많은 곳이다.
잉카의 유적 앞에 떡 버티고 있는 스페인 침략자들의 교회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침략자들의 야비함이 또 한 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일본이 경복궁 앞에 조선총독부를 지은 거나 똑같은 형국이다.
스페인 교회 뒷쪽으로 거대한 잉카 유적이 나타났다.
잉카인들이 태양의 아들이라 여겼던 '비라고차'의 신전이 있던 곳이다.
스페인 침략자들에 의해 많이 훼손되고 허물어져서 일부만 남았지만
길이 90m, 높이 15m로 잉카의 건축물 중 가장 크고 독특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아랫쪽 3m는 돌로 쌓고 그 위는 흙벽돌로 쌓았다.
맨 위의 지붕은 흙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최근에 설치한 것이라 했다.
비라고차 신전은 3번의 지진에도 끄떡 없었다고 한다.
비라고차 신전 주위에는 돌로 쌓은 커다란 원통형의 유적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잉카 시대에 곡물과 생필품 등을 보관했던 창고라고 했다.
락치 마을에는 곳곳에 잉카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양을 치는 인디오 여인의 뒤쪽으로도 잉카 유적들이 보인다.
잉카 유적 앞의 연못가에 예쁜 오리 두마리가
멀리 락치 마을 입구에서 보았던 스페인 교회를 배경으로 한가롭기만 하다.
이 곳에서 잠깐 머물다가 우린 다시 먼 길을 떠나야 한다.
푸노를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