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 - -페루⑪ <물개섬>
(2010년 8월 22일)
나흘 동안 고산지대에서 머물다가
모처럼 해발 고도가 낮은 태평양 연안의 리마에 돌아와
아주 편안한 밤을 보냈다.
새벽 4시 30분에 기상했어도 몸이 가뿐했다.
물개섬 관광을 하기 위해서 버스를 타고 파라카스로 이동했다.
선착장으로 가는데 아저씨 한 분이 펠리컨을 몰고 다니며 먹이를 주고 있다.
펠리컨들은 아저씨를 졸졸 따라다니며 먹이를 받아먹었다.
이 진귀한 광경을 놓칠세라 아저씨 옆에서 마구 사진을 찍었다.
잠시 후에 아저씨는 나에게 손을 벌렸다.
1달러를 건네주었다.
아저씨는 관광객을 상대로 펠리컨을 이용하여 돈을 벌고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가 먹이를 주지 않자 펠리컨들은 이내 돌아섰다.
무식하게도 펠리컨이 바닷새인 줄도 모르고
아저씨가 키우는 새인 줄만 알았다.
나도 화장지 조각으로 펠리컨을 유인해 보았다.
먹이인 줄 알고 펠리컨이 모여들었다.
펠리컨은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펠리컨은 바닷가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남아났을까?
펠리컨을 가까이에서 보니 몸집이 크고 눈이 매섭게 생겼다.
특히 긴 부리가 색조화장을 한 듯 아주 화려했다.
피스코의 촛대
모터보트를 타고 작은 갈라파고스라 불리우는 물개섬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모래언덕에 새겨진 거대한 크기의 그림을 보았다.
짠 바닷바람과 수분으로 굳어져 몇 천년 동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고 했다.
고대의 사람들이 무슨 목적으로 저 촛대모양의 그림을 남겼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다고 한다.
물개섬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멀리에서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물개섬에 가까이 오자 물개 한 마리가 대표로 환영인사를 한다.
커다란 바위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쳐다본다.
어디서 왔어요? 네? 네? 네?
지구 반대편 코리아에서 왔단다.
펠리컨들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위 위에서 이방인들을 내려다 본다.
바위 위에는 펠리컨이 떼를 지어 모여있다.
바위마다 새들로 덮여있다.
바위 틈에는 물개들이 널브러져 있다.
바위와 색깔이 비슷해서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물개를 볼 수가 있다.
지느러미 모양의 짧은 발로 어떻게 높고 험한 바위 절벽을 올라갔는지 알 수가 없다.
물개 한 마리가 다이빙을 하는 순간 포착
바위 아래 부분은 홍합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검게 보인다.
바위 위 쪽은 하얗고 가마우지 몇 마리가 보인다.
바위가 하얗게 보이는 것은 가마우지의 똥으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바닷새의 배설물이 오랫동안 쌓여 굳어진 것을 구아노라 하는데 천연비료가 된다.
요즈음 유기농업이 각광 받으면서 천연비료인 구아노의 소비가 늘고 있다고 한다.
페루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아노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나라로
구아노가 페루 국가재정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날씨가 흐려서 바다도 하늘도 모두 잿빛이다.
바람까지 불어서 모터보트는 심하게 흔들리고 물방울이 마구 얼굴로 튀었다.
여기까지 왔다가 기상악화로 물개섬 관광을 못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섬이 온통 불에 타버린 것 처럼 검게 보인다.
가마우지의 집단 서식지라 했다.
참으로 진귀한 풍경이다.
저 많은 가마우지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필요할까?
괜히 먹이가 부족할까 걱정이 되었다.
섬에 내려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페루 정부에서는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관광객이 섬에 오르는 것을 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