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 명사산 낙타체험
2012년 6월 22일
돈황의 명물 명사산에 오르기 위해서 새벽 4시에 호텔을 나섰다.
하늘에는 별이 초롱초롱 빛나고 주위는 어둠 속에 묻혀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일찍 서두른 이유는 뜨거운 한낮의 햇살을 피하고 명사산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다른 지역의 거치른 사막과는 달리 명사산은 희고 고운 모래로 이루어져 있었다.
바람이 불면 모래가 구르면서 소리를 낸다 하여
鳴(울 명), 沙(모래 사)를 따서 명사산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명사산은 남북 20Km, 동서 40Km에 펼쳐져 있는 모래산이다.
명사산 아래쪽 낙타 정류장(?)에는 수많은 쌍봉 낙타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낙타는 다섯 마리씩 밧줄로 이어져 있었고 우리는 5인 1조로 각각 낙타 등에 올라탔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두 손으로 손잡이를 꼭 잡고 탔는데
점차 익숙해지면서 낙타등이 너무나 포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나중에는 양 손을 놓고 똑딱이 카메라로 친구들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위 사진은 출발하기 직전의 어둠 속에서 찍은 친구들의 사진인데
왠지 꿈길 같아서 마음이 끌린다.
30분 정도 낙타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먼동이 터왔다.
명사산 중턱까지 관광객을 태워다 주고 임무를 마친 낙타들은 지친 몸을 모래밭에 뉘였다.
한없이 순진무구한 낙타의 눈망울을 보면서
낙타를 너무 혹사 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안쓰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낙타가 없으면 먼 길을 갈 수 없는 땅이 사막 아닌가?
나를 태워준 낙타에게 마음 속으로나마 고마움을 표시하고 명사산으로 올라갔다.
뒤따라 오는 다른 여행팀의 행렬이 너무나 질서정연하고 아름답다.
어디서 이런 풍경을 보랴 하면서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댔다.
약한 빛에 삼각대도 없이 찍은 사진이라서 많이 흔들렸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낙타야, 많이 힘들었지?
내세에는 낙타로 태어나지 마.
관광객들은 낙타를 타고 끝없이 줄지어 올라왔다.
돈황의 낙타가 여기에 다 모인 것 같았다.
명사산의 가파른 경사면에는 좁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데
겨우 한 사람이 오를 수 있는 폭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뒷사람이 밀고 올라오기 때문에 쉬어 갈 수도 없다.
이곳을 오를 때 숨이 차고 많이 힘들었다.
능선에 다다른 친구들이 정상을 향하여 올라가고 있다.
별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고운 모래에 발이 푹푹 빠져서 걸음을 떼기가 힘이 들었다.
정상에 오르고 나서 잠시 후에 지평선 위로 햇님이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
수평선에서 뜨는 해는 많이 보았지만 지평선에서 뜨는 해는 처음이다.
해는 나오다 말고 이내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온전하게 둥근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감격스러웠다.
사막의 일출에 넋을 잃은 친구들
명사산 정상정복 기념샷
명사산을 내려갈 때는 대나무로 만든 썰매를 타고 내려갔다.
처음에는 속도가 빠르더니 아래로 내려갈수록 가속도가 붙기는 커녕
점점 속도가 떨어지면서 썰매는 모래 속에 파묻혀서 손으로 노를 저어야 했다.
너무 힘이 들어서 나중에는 썰매를 그냥 들고 내려갔다.
낙타를 타고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낙타를 타고 내려갔다.
명사산 낙타체험을 하면서 그 옛날 실크로드 상인들의
고단한 삶에 대해서 상상해 보았다.
인적도, 쉴 곳도 거의 없는 그 머나먼 길을
낙타걸음으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어떻게 견뎌냈을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난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왠지 낙타가 슬퍼보였다.
명사산의 착한 낙타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