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 빠리쿤초원 (1)
6월 23일
하미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서 오후 4시 30분 경에 빠리쿤 초원을
향해 이동했다.
빠리쿤 초원은 천산산맥의 북쪽 해발 2,000m에 펼쳐진 광활한
초원지대이다.
가이드는 추울지도 모른다면서 알맞은 옷을 준비하라고 했다.
천산산맥
숲을 품지 못한 천산산맥의 남쪽 부분이다.
하미에서 빠리쿤 초원을 가려면 험준한 천산산맥을 넘어가야 한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황량한 사막만 바라보다가
이제는 저 산 너머에 있는 시원한 초원을 찾아 길을 떠난다.
천산산맥 계곡으로 뚫려 있는 길은 왕복 2차선으로
저속 차량이 앞에 있을 때는 추월하기도 어렵고
어느 구간에서는 통행량이 많아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험준한 산맥을 넘는 길이기 때문에 위험하고 아찔한 낭떠러지가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도로가 계곡의 낮은 쪽으로 이어져 있어서 비교적 안전했다.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헐벗은 산이 계속되다가
산맥의 북쪽으로 넘어갈수록 녹색 지대가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계곡에는 시냇물도 흐르고 풀로 뒤덮인 구릉들도 서서히 나타났다.
드디어 목적지인 빠리쿤 초원에 다다랐다.
사막 뿐인 천산산맥의 남쪽과는 정반대로
북쪽의 풍경은 그야말로 꿀과 젖이 흐르는 낙원이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초원 위의 게르들이
한없이 평화롭고 그림 같이 아름다웠다.
회색빛 사막과 무더위에 지친 심신이 저절로 정화가 되는 것 같았다.
바람이 세게 불었지만 다행히 춥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자유시간 40분 드리겠습니다."
"뭐라고요? 하루를 다 줘도 모자랄 판에 겨우 40분?"
다음 일정을 모두 반납하고 이곳에서 계속 머물고 싶었다.
다른 친구들은 하얀 게르가 있는 가까운 곳으로 올라가는데
나는 사진 찍을 만한 장소를 찾아 친구 한 명과 길 건너편으로 뛰어갔다.
바로 이곳이야!
저 멀리 초원 위에 빨간 지붕의 게르가 보이고
푸른 양탄자가 깔린 듯한 초원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아득하게 펼쳐져 있었다.
게다가 때를 맞춰 양치기가 양떼까지 몰고 오는게 아닌가!
탄성이 저절로 터져나왔다.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가 풀밭을 내려다보니
이미 꽃이 져버린 애기붓꽃이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것이 보였다.
봄에는 천지가 꽃밭으로 변할 것을 상상하니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실크로드에서 처음으로 다시 오고 싶은 장소를 만난 것이다.
양떼들은 풀이 많아서인지 대충대충 뜯으며 제법 빠르게 이동했다.
어느 곳에는 하얀 야생화가 자잘하게 깔려있는 곳도 있었다.
너무나 환상적인 풍경이었는데 나의 사진 실력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방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