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선선 쿠무타크사막
6월 24일
하미과의 고장 하미에서 하루를 머물고
잊을 수 없는 빠리쿤 초원의 추억을 간직한 채
300Km 거리에 있는 선선으로 출발했다.
선선 시내에 인접해 있는 쿠무타크 사막을 체험할 예정이다.
선선으로 가는 길은 왕복 4차선의 도로가
광활한 고비시막을 직선으로 가로지르며 시원하게 뻗어있었다.
사막을 달리다 보면 푸르름 가득한 넓은 밭이 나타나기도 한다.
밭의 경계에 뽀얀 각선미를 뽐내며 줄지어 선 백양나무가
지금은 볼 수 없는 추억 속의 미류나무처럼 쭉쭉 뻗어있다.
백양나무는 실크로드 오아시스 도시에서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었고
오아시스가 있는 곳이면 크던 작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였다.
버스가 빨리 달리기 때문에 사진이 많이 흔들렸지만
웬지 어렸을 적 고향 풍경을 보는 것 같아 정겨웠다.
버스로 이동하면서 삭막한 풍경이 반복되는 지루한 시간에는 명사회자 친구가 나섰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재미있는 게임으로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 여행의 활력소가 되고 즐거운 시간이 계속 이어졌다.
선선으로 가는 도중 버스에서 한 번 내렸다.
어디가는 지는 상상에 맡기고~
어느 곳에서는 아무도 없는 사막에서 연자방아 같은 것이
쉴새없이 아래 위로 움직이는 게 보였는데 원유를 채취하는 거라고 했다.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지던 사막이 이제는 자원의 보고로 각광받으면서
선선은 석유를 근간으로 하는 화학공업단지가 생기고
투르판 지역의 경제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골재를 채취하는 곳도 많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사막의 모든 것이 골재로 보였다.
버스로 4시간을 달려 쿠무타크 사막 입구에 도착하니 커다란 낙타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이곳은 사막 공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쌍봉 낙타 보호구역이라고 한다.
확확 치솟는 한 낮의 열기에 서로 서로 챙겨주며 모두가 단단히 무장을 했다.
모자가 바람에 날라가지 않도록 머플러로 묶고
마스크에 선그라스에 장갑까지 착용하여 피부가 전혀 노출되지 않도록 겹겹이 감쌌다.
사막의 햇볕이 제 아무리 강하다 해도 자외선 한 줌 파고들 빈틈 없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가이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낙타 대신 전동차를 타고 쿠무타크 사막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결이 고운 사막에는 오직 낙타풀만이 눈물겹게 생을 이어가고 있었다.
전동차를 타고 모래산 중턱까지 올라가니
넓은 그늘집이 있고 간단한 음료도 팔고 있었다.
햇볕에 직접 노출되지 않았는데도 모두들 얼굴이 벌겋다.
쿠무타크 사막에서는 선택관광으로 4륜구동차를 타고 사막을 체험할 수 있다.
나와 속이 불편한 친구 한 명을 제외한 16명의 친구들은
사막차를 타고 모래언덕으로 올라갔다.
페루에서 미친 듯 날뛰는 사막차를 탔다가 너무도 위험하고
멀미까지 났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막차 타는 것을 포기했는데
이곳의 사막차는 속도도 느리고 올라가는 길도 경사가 완만한 곳에 나 있어서
아무곳으로나 가지않고 정해진 길로 매우 안전하게 운전했다.
모래산을 제멋대로 사정없이 넘나들며 요동치는 페루의 모래차에서는
남자들도 비명을 지를 정도였는데 쿠무타크 사막의 모래차는 너무나 얌전했다.
지금 아니면 이런 경험 못해본다면서 모두들 신이 났다.
사막 한쪽에 누란고성의 모양을 축소해서 만들어 놓은 건물이다.
쿠무타크 사막에는 옛날 누란왕국이 있었는데
실크로드의 요충으로 서역 문명이 이곳을 지나 중국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친구들이 사막차를 타는 동안 혼자서 안으로 들어가 보니 별로 볼만한 것은 없었다.
그늘도 없는 땡볕에서 쉬고 있는 낙타가 안쓰러웠다.
낙타는 여행자들에게는 눈길도 주지않고 오랫동안 한 곳을 응시한 채
깊은 상념에 잠겨있는 듯 보였다.
고삐에서 풀려나 사막을 맘껏 달려보고 싶은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무념무상의 세계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막차 체험을 무사히 마치고 뿌듯한 기분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투루판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하미과를 우리가 먹던 메론으로 생각하고 껍질을 두껍게 깎았는데
하미과가 어찌나 달던지 껍질 부분도 꿀맛이다.
껍질에 붙어있는 살을 다시 알뜰하게 깎아서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는 모습이다.
쿠무타크 사막 체험을 마치고 실크로드의 요충지인 투루판으로 이동했다.
투루판은 위구르어로 '패인 땅'이라는 뜻으로
타클라마칸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분지도시이다.
화주(火州)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중국에서 가장 더운 지방이라 한다.
이제까지의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가이드가 겁을 잔뜩 주었다.
아무리 덥기로서니 하루 이틀 못 견디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