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실크로드-풍력발전소, 우루무치 남산목장, 재래시장 바자르

달빛3242 2012. 8. 31. 13:21

6월 26일~27일

 

 

이제 여행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틀간 머물렀던 트루판에서 맨 처음 도착했던 우루무치를 향하여 다시 사막에 들어섰다.

버스를 타고 시속 80Km로 몇 시간을 이동하는데도 사막 뿐인 땅이 끝없이 펼쳐졌다.

그 옛날 실크로드 상인들은 작렬하는 태양과 모래바람 속에서

어떻게 낙타 걸음으로 길고 긴 여정을 견뎌냈을까?

길 위에서 극한의 고통과 싸우다 생을 마감한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사람의 해골을 이정표 삼아 실크로드를 오고 갔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사람 사는 곳 어딘들 눈물 없으랴만 실크로드 만이야 하였을까 싶다.

 

차창 밖으로 끝없이 이어진 하얀 바람개비가 참으로 장관이었다.

사막 위에 움직이는 거라고는 거대한 바람개비 뿐이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따반청풍력발전소라 했다.

우루무치로 가는 동안에 이 곳에서 잠깐 내려 직접 바람을 맞아보니

어찌나 세게 부는지 몸을 가누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橫風注意>라는 표시판이 자주 눈에 띌 정도로 이곳은 유명한 바람지대라고 했다.

강한 바람에 기차가 전복되는 사고도 있었고

자갈이 날아와 달리는 기차의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니

바람의 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갔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데도 흙먼지는 별로 일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바람에 휘청거리며 나는 바람의 소리를 들었다.

내려 놓아라, 내려 놓아라!

쓸데없는 것 모두 날려 보내고

깃털처럼 가볍게

바람처럼 자유롭게 가라.

 

 

 

개인적인 생각인데 실크로드에서는 이것저것 많은 것을 보려하지 말고

하루 쯤은 버스 대신 낙타를 타고

옛 실크로드 상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사진 중앙에 하얗게 보이는 것은 소금 호수(염호)이다.

바다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이곳이 옛날에는 바다였음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에는 요오드 성분이 없어서 갑상선에 좋지 않기 때문에

요오드를 첨가해서 식용으로 이용된다고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의 도로가에는 나무들이 줄을 맞춰 심어져 있었고

호스를 통해 물을 주고 있었다.

실크로드의 곳곳에서 사막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좋은 곳에 살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나라 전체가 푸르름 가득한 오아시스가 아닌가!

 

 

트루판에서 우루무치까지는 3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우루무치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남산목장으로 향했다.

남산목장은 우루무치에서 남쪽으로 약 75km 떨어져 있는

천산산맥 북쪽 자락에 펼쳐진 목장지대로 주로 카자흐족의 터전이라고 했다.

사막에서는 낙타가, 초원이 펼쳐진 이곳에서는 말이 교통수단이다

 

 

 

 

넓은 초원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목장에서 우리는 승마체험을 했다.

그런데 말들이 대체로 체구가 작고 당나귀를 닮은 것 같았다.

흔히 보았던 늠름하고 잘 생긴 승마용 말을 기대했었는데......

그런대로 친근감이 느껴지는 외모였다.

 

마부의 도움을 받아 말 잔등에 오르니 조랑말이라서 그런지 안정감이 느껴졌다.

아주 오래 전에 제주도에서 승마체험을 한 이후로 두 번째 경험이었다.

 

 

마부가 각자 한 사람씩 딸려서 우리를 인도했다.

초원 위에 게르는 보이지 않고 붉은 지붕의 작은 집들이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아 보였다.

 

 

 

 

말을 탔으면 달려야 제격인데 낙타처럼 천천히 이동해서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느린 걸음으로 어느 정도 갔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말에서 내리려는데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이드가 마부들에게 야단을 쳤다.

원래 승마체험 시간이 30분 주어졌는데 시간을 채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부들은 다시 반대 방향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서 시간을 다 채운 다음 말에서 내려주었다.

 

 

 

 

승마체험을 마치고 우루무치 시내로 돌아와

대규모 재래시장인 바자르에서 쇼핑도 하고 구경도 했다.

실크제품이 인기였다.

 

 

바자르에서는 자유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가이드 없이 우리끼리 돌아다녔다.

흥정을 하다가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중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친구가 나섰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쇼핑을 마치고 마사지로 피로를 푼 다음 우루무치 공항으로 이동했다.

 

 

비행기표를 받아들자마자 얼른 좌석의 위치를 확인했다.

'와, A다, A다! '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좋아하는 행운의 자리 창측에 앉게 된 것이다.

대한항공 비행기는 밤 11시 40분에 우루무치 공항을 이륙했다.

 

어둠 속을 떠가는 동안에도 잠은 전혀 오지않고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해졌다.

아랫쪽을 내려다 보니 사막의 오아시스인지 간간이 불빛이 보이기도 했다.

동이 트기 직전에는 서쪽 하늘 끝에 떠있는 샛별이 어찌나 크게 보이던지

처음에는 별이 아닌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벽 노을이 아름답고 장엄하게 펼쳐졌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은 실크로드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창측에 앉은 행운을 맘껏 누릴 수 있어서 무한히 행복했다.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가까워지자 섬들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덤으로 일출까지 보게 되었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가슴 두근거리는 감동으로

피곤한 줄도 모르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우리 나이에는 어려울 거라 지레 걱정했던 실크로드의 모든 일정을

무사히 끝마치고 돌아오니 참으로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여행을 더욱 즐겁고 빛나게 해준

친구들, 가이드, 낙타, 사막, 초원, 바람......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실크로드 메마른 사막여행이

두고두고 삶의 오아시스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