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성취도평가의 문제점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성취도평가의 문제점
우리가 교육을 통하여 얻으려는 목적이 단지 지식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은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가슴을 갖게 하는 인성교육, 투철한 국가관에 기초한 애국심교육, 세계 일류 기술을 이룩할 수 있는 창의성교육 등이 먼저여야 한다.
이런 품성의 바탕 위에 지식교육을 해도 늦지 않다. 물론 인성교육(애국심, 창의성교육 등)과 지식교육이 따로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식교육을 강조하다보면 인성교육이 소홀해 진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내 교단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학력에 쫓기면 인성교육은 뒷전이 된다.
우리의 인성교육은 계기교육이 중요한데 그런 계기가 있어도 학력에 쫓기면 입을 다물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경험한 학력중시로 인한 피해 사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오래 전에 연기군에서는 모 교육장이 군학력고사를 실시하고 학력이 낮은 학급의 담임교사를 학년당 3명씩(18명) 타 군으로 발령 낸 일이 있었다. 그 때 그 교육장이 다른 군 교육장으로 간 이 년 후에 내가 그곳에 발령받아 갔는데, 많은 어린이들이 시험시간에 진지하게 시험에 응하지 않았다.
이유를 몰라 시험이 끝나고 그 곳에 오래 근무한 선생님들께 여쭈어 보고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자기 반과 자기 학교의 명예를 위해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차마 부끄러워 글로 쓸 수가 없다.)
이 년간 학력을 강조하고 교사를 인사조치 한 것만으로도 그 부작용이 엄청났다.
10여년 후에 들리는 말로는 연기군의 청소년 범죄율이 전국 최고라는 말까지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생각해보면 이렇다.
저 아이 때문에 내가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는데 누가 공부 못 하는 제자가 사랑스럽게 보이겠는가? 그러다 보니 교사의 사랑과 보살핌은 온데간데없고 온갖 구박과 천덕꾸러기였을 것은 뻔한 일이다. 사랑받아야 될 우리의 어린이들이 학교의 천덕꾸러기가 되는 이런 정책은 당장 중지해야 한다.
학교 간 경쟁을 시키고 전국의 어린이를 한 줄 세우기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참으로 걱정이 된다. 더구나 군도 아니고 전국적으로 이런 한 줄 세우기를 하면 그 부작용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 지금도 일부 도에서는 겨울방학도 없이 학교에서 공부를 시킨다고 한다. 교직에 오래 종사하다 알게 된 것은 아이들이 방학을 통해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오직 그 알량한 점수 조금 높이기 위해 방학을 통해 쉬고 독서하고 성장하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이것이 언뜻 보면 참 좋은 정책 같지만 대국적인 견지에서 먼 장래를 보면 참으로 해서는 안 되는 치졸한 방법이다.
우리의 교육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모든 학생이 서울대를 목표로 하고 공부한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며, 목표는 서울대지만 자신의 내신과 수능의 성적이 안 돼서 그 다음의 대학에 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의 학부모나 학생들은 학교의 평균점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아이의 등수가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평균99.9점이라도 평균100점이 많으면 서울대에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학생을 잘 가르쳐도 학부모는 점수에 만족하지 않고 등수를 올리기 위해 과외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전국적인 성취도평가를 하고 그 성적을 공개했을 때의 부작용은 왜 생각 못하는가 말이다. 학력을 공개하면 점수가 높은 학교를 찾아 전학가면 어떤 학교는 시설은 잘 돼있는데 학생이 없고, 어떤 학교는 시설은 열악한데 학생은 많은 현상이 생길 것이다. 물론 교과부가 노리는 것은 이런 현상 일 것이다.
요즘의 어린이 학력은 부모의 경제력과 비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그러한 사회적 요인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점수만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교육은 올바른 교육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인성교육, 애국심교육, 창의성교육 등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이 잘못되어 경제가 어려워 졌는가? 그 동안 세계학력 경시대회에서 우리 학생들이 항상 최상위권인 것으로 알고 있다. 괜히 잘하는 교육 건드리지 말고, 학부모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은 이제 그만하길 간절히 빈다.
고등학교야 대학이라는 목표가 있으니 지식교육이나 암기식 교육을 하더라도 적어도 초등학교만은 인성교육, 애국심교육, 창의성교육 등 기초,기본교육을 충실히 할 수 있게 해주기를 신께 간절히 기도하며 교과부나 정치인들이 제정신이 되기를 바란다. (2010년 1월 11일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