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시작하는 오두막
언제나 그렇듯
나이가 들어도 봄은 여전히 설레이는 계절이다.
도시락을 싸들고 아내와 함께 산골 오두막집으로 소풍간다.
올해는 백합 구근을 100개나 구입했다.
텃밭에 여러 종류의 백합이 많았었는데
멧돼지가 땅을 파헤치고 구근을 전부 먹어치워버리는 바람에
비어있는 곳이 많아서 그 자리를 메꾸려는 것이다.
백합 뿐만 아니라 무스카리, 히야신스 등의 구근도 멧돼지가 싹쓸이해 버렸다.
상추는 고라니가 다 뜯어먹고 뭐든 남아나는 게 없어서
올해는 텃밭 가에 울타리를 설치할 계획이다.
백합 구근을 구입하면서 덤으로 얻은 수선화꽃이 빈 밭에서 홀로 곱다.
예전에 한 번 실패한 적이 있어서 그 동안 심지 않았었는데 꽃이 너무나 예쁘다.
우리 집에 일찍 왔었으면 아마 멧돼지 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상사초 잎에 푸른 기운이 넘쳐난다.
이 무성한 잎은 여름이 시작될 때 쯤이면 흔적도 없이 사그라져 버린다.
그리고 여름이 끝날 때 쯤 꽃대만 쑥 올라와 연보라빛 꽃을 피운다.
이렇게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 하여 '상사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뒷쪽으로는 원추리 앞쪽으로는 비비추가
강한 번식력으로 서로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집 꽃 중에서 제일 부지런한 알륨이다.
추위에 강해서 봄이 오기도 전에 새싹이 고개를 내민다.
이것도 구근화초인데 독성이 있는지 멧돼지가 한 포기도 건들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금낭화 새싹이 꽃보다 곱게 올라온다.
포기마다 조심스레 꽃망울을 감싸안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옥잠화 새싹이 해마다 세를 불리며 봄볕에 기운차게 솟는다.
오두막집 봄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