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 만들기
살림꾼 친구와 엿을 만들기로 하고 친구네 아파트로 갔다.
친구네 아파트에서 엿 만들 재료를 차에 싣고 연산에 있는 친구네 시골집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엿기름을 사고 방앗간에서 쌀을 20Kg이나 빻아 가지고 갔다.
친구네 시골집은 넓은 들 가운데에 있는 얕으막한 언덕에 컨테이너 3개를 붙여서 만들었다.
사방이 논으로 둘러싸여 있고 인가에서 멀찍이 떨어진 외딴집이다.
마당 한쪽에는 굉장히 큰 솥이 걸려있었다.
솥이 얼마나 큰지 쌀 20Kg으로 빻은 쌀가루가 한꺼번에 다 들어갔다.
엿기름과 쌀가루에 물을 붓고 골고루 섞이도록 커다란 주걱으로 잘 저어준 다음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따끈할 정도로 데워서 오랜 시간 삭혔다.
기다리는 동안 아궁이에서 꺼낸 숯불로 고기도 구워먹고
맛있다고 소문난 연산 도토리묵을 새참으로 먹었다.
무엇보다도 땅에 묻은 김치독에서 꺼낸 김치가 최고였다.
어찌나 아삭거리고 맛있던지
살림꾼으로 소문난 친구의 손맛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저녁에는 멋진 일몰도 볼 수 있었다.
지는 해가 아쉬워 똑딱이로 최대한 당겨서......
밤참으로는 군고구마다.
고구마는 아궁이에 구워야 최고의 맛을 낸다.
잘 삭힌 쌀가루와 엿기름을 결이 고운 자루에 걸러서
친구와 둘이서 들 가운데 외딴집에서 밤 깊도록 엿을 고았다.
양이 워낙 많아서 엿이 완성 되려면 밤을 꼬박 새워야 할 것 같아
엿물을 어느 정도 졸인 다음에 아궁이의 불을 줄이고
날이 밝으면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깔깔거리다가 새벽 3시경에 잠이 들었나 보다.
아침에 눈을 뜨니 부지런한 친구는 언제 일어났는지 혼자서 엿물을 졸이고 있었다.
엿물이 어젯밤보다 많이 줄어있는 것으로 보아 혼자서 꽤 오랫동안 불을 땐 것 같았다.
친구는 내가 깰까봐 소리나지 않게 조용조용히 했다면서 한숨 더 자라고 성화였다.
7년 전 황우석 박사님 지지자로 만나게 되면서 알게 된 소중한 친구다.
1박 2일의 작업 끝에 드디어 빛깔도 곱고 감칠맛 나는 엿이 완성 되었다.
옛날에 가래떡을 찍어먹던 오리지날 할머니표 엿 맛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시중에서 파는 엿처럼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깊은 맛이 느껴졌다.
친구가 엿 담아갈 단지를 가져오라고 해서
내열유리로 된 반찬통을 하나 가지고 갔는데
친구는 반찬통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사진 오른쪽의 검은 단지에 엿을 가득 퍼담더니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손이 커도 그렇지 어떻게 그 많은 엿을!
그동안 친구와 여러가지 소소한 것들을 서로 주고 받기는 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아무리 사양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친구의 큰 선물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수 밖에......
게다가 직접 담근 된장에 돼지감자, 하루나까지 바리바리 챙겨주는 것이었다.
내 주변에 이렇게 푸근하고 멋진 친구가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