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거장 '케니지'에 빠지다
몇 년 전일까?
아들이 CD 한 장을 선물로 줬는데 바로 케니지의 색소폰 연주곡이었다.
처음 듣는 순간 전율을 느낄 정도로 푹 빠져들고 말았다.
10대 시절 Danny boy를 시작으로 색소폰 음악을 너무나 좋아해서 수없이 많이 들어봤지만
케니지의 색소폰 연주는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한 최고의 수준이었다.
운전을 하면서 그의 음악을 즐겨 듣는데 마음이 한없이 평화로워지고 행복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연주자 중의 한 사람인 케니지가 12월 4일 대전에서 공연을 가졌다.
10세 때부터 색소폰 연주를 시작했다는 그는
색소폰의 매력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였고
현재까지 모두 8천만 장이 넘는 솔로 앨범을 판매하였으며
기악 연주자로서는 세계 최고의 음반판매 기록을 보유했다고 한다.
공연장 입구에서 CD에 사인을 해주고 있는 케니지
특유의 머리 스타일이 그의 길고 야윈 얼굴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CD를 구입하고 사인을 받으려고 몰려든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휴대폰에 담고 있다.
나는 누구한테 사인 받는 것을 그다지 의미있게 생각하지 않는데
그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싶은 마음에
이 날 만큼은 긴 줄에 서서 한참을 기다려 CD에 사인을 받았다.
그는 사인을 해주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하며
우리 말로 친절하게 인사를 건냈다.
그의 음악 만큼이나 참 섬세하고 아름다운 사람인 것 같았다.
12월 4일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아트홀에서 공연하는 모습이다.
4 인의 캐니지 밴드와 함께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반주가 함께 어우러져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선율을 들려주었다.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열광했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공연 중 아주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
관객 중 추첨을 통해 당첨된 단 한 사람을 무대에 올라오게 해서 의자에 앉혀놓고
오직 그 사람만을 위한 연주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연주했던 색소폰을 당첨된 사람에게 선물로 건네주었다.
모든 관객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이는 어린 딸과 함께 온 젊은 엄마였다.
객석에서 그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인데
그 젊은 엄마는 얼마나 황홀하고 행복했을까?
타이타닉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을 끝으로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자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를 보내며
앵콜을 외쳐댔다.
앵콜곡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얼마나 열렬하게 박수를 쳐댔던지
공연이 끝나고 나니 손바닥이 다 얼얼했다.
두 곡을 더 듣고 나서야 공연은 막을 내렸다.
이곳 대전까지 와서 너무나 멋진 연주로
생의 한 순간을 천국으로 만들어 준 그에게 무한히 감사한다.
짧았던 두 시간 동안의 벅찬 감동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서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