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3242 2014. 3. 29. 18:30

 

그동안 멧돼지 때문에 구근초들의 피해가 막심했었다.

특히 백합과 수선화는 한 두 뿌리만 남기고 멧돼지들이 몽땅 먹어치워버렸다.

꽃 뿐만 아니라 고구마를 비롯한 농작물의 피해도 심해서 작년에 휀스 울타리를 둘러쳤다.

이제는 백합과 수선화를 마음 놓고 심을 수 있게 되었다.

올해는 전에 없이 수선화가 새롭게 예뻐 보여서 13 포트나 구입했다.

수선화는 히야신스와 함께 가장 부지런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황사먼지 속에서도 샛노란 꽃송이들은 더욱 빛을 발한다.

꽃샘 바람이 심술궂게 흔들어대는데도 그저 수줍게 웃기만 한다.

아, 수선화가 이렇게 예쁜 꽃이었다니!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운 것이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을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