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법주사에서
5월 9일
시골집을 찾은 손자들을 데리고 속리산으로 향했다.
속리산은 시골집에서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어 심심하면 찾는 곳이다.
그렇잖아도 큰손자가 큰부처님 보러가자고 성화였다.
속리산 국립공원 초입에서 법주사에 이르는 2Km의 오리숲길은
신록에서 녹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느 계절에 찾아와도 변함없이 편안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법주사의 랜드마크인 높이 33m의 미륵대불
최근에 미륵대불의 표면을 뒤덮은 녹과 오염물질을 벗겨내고
새로 금박을 덧씌우는 개금불사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어느 때보다도 찬란하고 깨끗해 보였다.
"부처님이 왜 손을 이렇게 하고 있어요?"
거의 정확하게 부처님의 포즈를 흉내 내다니 다섯 살 우리 손자 관찰력이 예리하다.
국보 제 55호 팔상전에서는 아기부처님이 귀엽다나?
넓은 경내에서 형제가 맘껏 즐기고 있다.
땀이 줄줄 흐르도록 뛰어놀더니 목이 마른지 두 놈이 물을 찾는다.
작은 녀석도 "무이, 무이"하면서 계속 물을 찾았다.
무게 20톤의 철확(철솥)
솥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봐야겠다는 손자를 번쩍 들어올려줬더니
"할아버지, 동전이 많이 들어있어요. 빈이도 동전 던지고 싶어요."
하면서 동전을 내 놓으라는데 아무도 동전이 없어서
큰손자의 호기심을 채워주지 못해 아쉬웠다.
자세히 보니 솥 안에는 정말로 동전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겹벚꽃 아래에서 꽃을 즐길 줄 아는 세 남자 ㅎㅎㅎ
돌아올 때는 너무 많이 걸은 손자가 다리에 무리가 올 것 같아 가끔씩 업고 내려왔다.
주로 손자들의 놀이 위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주변의 멋진 경관은
사진에 담을 겨를이 없었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