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 연휴 손자들과 함께 ②
손자들이 오면 할 일을 모두 뒷전으로 미루고
오로지 손자들과 놀아주는 일에 올인하게 된다.
손자들은 시골에 오면 제 엄마 아빠보다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더 따른다.
그러니 귀염둥이 손자들은 오롯이 우리 부부의 차지가 된다.
숙근양귀비(오리엔탈포피)의 향기를 맡으며
"좋은 냄새가 나요."
델피늄 향기도 맡아보고~
꽃마다 향기를 맡아보고 다니더니 장미꽃 향기가 제일 좋다나?
감꽃을 주워 목걸이를 만들고 있는 큰손자의 표정이 진지하다.
손자와 함께 감꽃목걸이를 꼭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때를 맞춰 감꽃이 떨어져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손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혼자서 저 많은 감꽃을 다 꿰었다.
어렸을 적 감꽃 추억은 아직도 가슴 속에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다.
한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손자의 마음 속에도 감꽃 목걸이가 오랫동안 이쁜 추억으로 자리잡을까?
이름 모르는 곤충과 교감을 나누고 있는 손자
처음에는 작은 무당벌레도 만지지 못했는데
이제는 조금 큰 곤충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머리카락(더듬이)이 두 개 있어요."
"발이 여섯 개 있어요. 발 두 개는 길어요."
큰손자가 곤충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신기한 듯 재잘거린다.
"곤충친구와 다 놀았으면 어떻게 해야 되지요?"
"꽃밭에 놓아줘야 돼요."
손자와 꽃밭으로 나가 곤충을 꽃 위에 놓아주었다.
손자가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것이 그저 이쁘고 대견했다.
아직 말을 못하는 요 녀석도 표정을 보니 뭔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 같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손가락으로 V를 만드느라 애쓰는 작은손자
제 형이 하는대로 열심히 따라하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초파일 연휴는 이렇게 손자들과 함께 시골집 꽃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꽃비 맞으며~
땅바닥이 하얗게 떨어지기 시작하는 불두화 꽃잎을 하루 먼저 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