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자와 꽃
아들네 집에 가서 손자들과 나흘 동안 있다가 주말은 시골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온 가족이 자가용 두 대로 시골집으로 올 때 손자에게 물었다.
"빈이, 아빠 차 탈거예요, 할아버지 차 탈거예요?"
"빈이는 할아버지 차 탈 거예요."
"엄마, 아빠, 동생하고 같이 안가고 왜 할아버지 차에 탈거예요?"
"함머니 기분 좋으라고요."
제 할머니를 들었다 놨다 하는 참으로 신통방통 기특한 녀석이다.
큰손자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할아버지 차에 탔다.
차에 타자마자 손자가 주문을 했다.
"할아버지, 음악 틀어 주세요."
신나는 노래를 틀어주자 손자는 이내 따라 부르며 춤까지 추었다.
시골집으로 오는 내내 손자의 재롱 때문에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시골집에 온 큰손자는 꽃밭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면서 너무나 좋아했다.
작은 모종삽으로 화분에 꽃도 심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심은 꽃에 물까지 주는 것이었다.
벌써 꽃에 빠진 큰손자가 꽃마다 향기를 맡고 다닌다.
키재기 해볼까?
"빈이는 꽃 냄새가 좋아요."
물총놀이도 하고
아직 돌무더기 정리가 덜 되어서 손자가 다칠까 무척 신경이 쓰이는 곳도 있다.
손자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남은 돌을 정리도 할 겸 멋진 돌탑을 빨리 쌓아야겠다.
아내는 큰손자라면 사족을 못쓴다.
할머니를 유난히 따르고 이쁜 짓만 하니 그럴 만도 하다.
두어 달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아들네 집에서 제 할머니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손자가 다가가더니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함머니, 왜 함머니가 설거지 해요?"
제 엄마가 그 말을 듣고
"엄마가 조금 있다 할려고 담가놓은 거예요."
라고 말하자 손자는 다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함머니가 설거지 하시기 전에 엄마가 진작에 했어야지요."
그러니 제 할머니가 큰손자를 안 이뻐할 수가 있으랴!
아내는 큰손자의 손을 잡고 꽃밭으로 텃밭으로 다니면서 손자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끝없는 물음에 답해주면서 자연공부 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