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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사진

만추의 선운사

by 달빛3242 2012. 4. 8.

(2010년 11월 12일)

 

 

선운사의 단풍을 보지 않고는 가을을 보낼 수가 없다.

선운사는 늦가을의 단풍도 아름답지만

봄에는 동백꽃, 초가을에는 꽃무릇(상사초)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사계절 모두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추의 쓸쓸함이 묻어나는 이 계절에 특히 그리워지는 곳이다.

 

선운사 입구 주차장 개울 건너에는 암벽을 타고 올라가는

천연기념물인 덩굴식물 송악이 언제나처럼 짙푸른 모습으로 반겨준다.

송악은 만산 홍엽 속에서 저 혼자서 푸르름을 지켜낸다.

 

 

역광 속의 단풍잎은 잎이 많이 져서 오히려 신비스런 색깔로 빛을 발했다.

하얗게 마른 억새와 초록색 꽃무릇이 배경으로 깔려있어 단풍이 더 돋보였다.

 

 

도솔천은 온통 붉게 물들었다.

개울에 잠긴 물그림자도 붉고

계곡을 뒤덮은 낙엽도 붉다.

 

 

빨강, 노랑, 주황, 초록

모두가 단풍잎이다.

다른 나무들은 이미 잎을 다 떨궈버렸는데 유독 단풍나무에만 잎이 남아있다.

아름다우면서도 한없이 처연하게 보였다.

 

노랑 애기단풍과 초록 상사초가 예뻐서......

 

 

 

곳곳의 풍경을 두루두루 카메라에 담고 가슴에 새기면서 도솔암으로 향했다.

 

도솔암 왼쪽의 낙엽 깔린 오솔길로 올라갔다.

 

도솔암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바위 절벽에 소박하게 조각 된 마애불이 있다.

표시판을 보니 고려시대에 조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쓰여있다.

좀 더 입체감이 나게 조각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마애불 앞의 애기단풍나무가 온 몸으로

부처님 전에 단풍 공양을 하는 듯 꽃보다도 곱다.

 

잎이 많이 져서 나무가 한결 가벼워 보이고 하늘도 훤히 드러난다.

마애불 앞에서 정면으로 멀리 보이는 큰 바위도

윤곽이 잘 드러나서 이 장면을 사진찍기에 좋은 계절인 것 같다.

 

 

마애불 맞은편 산에 올라 가니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와 산이 한 눈에 보인다.

 

도솔천에 비친 단풍의 반영이 환상적이다.

물그림자가 행여 흔들릴까 바람조차 숨을 죽였다.

얕은 개울은 깊고 푸른 하늘호수가 되어 신비스런 풍경을 보여준다.

 

 

도솔천 물 속에 비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도솔암에서 내려오는 길에 물그림자에 빠져서 오랫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도솔천 계곡에 낙엽이 무수히 깔렸다.

도솔천을 따라 흘러가는 낙엽과 물 속에 가라앉은 낙엽

그리고 물 위에 떠있는 낙엽조차도 모두가 꽃으로 보인다.

 

오색의 작은 손을 흔들면서 가을은 그렇게 떠나가고 있었다.

 

 

 

 

이제 그만 가을을 놓아야겠다.

내년을 기약하며 선운사에서 가을을 배웅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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