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감이 풍작이다.
어느 해는 날씨가 너무 일찍 영하로 떨어져서 얼어서 못 쓰게 되고
어느 해는 익기도 전에 다 쏟아져버리기도 했다.
태풍을 3번씩이나 맞으면서 그 때마다 서로 부딪쳐서 생긴 상처를 안은 채
굳건히 버텨낸 감들이 파란 가을 하늘을 아름답게 수 놓았다.
오두막 주변에는 큰 감나무가 9 그루, 작은 감나무가 8 그루나 된다.
어느 감나무는 아직도 잎새가 너무 푸르르고 곶감을 만들기에는 감도 덜 붉었다.
올해는 특이하게도 한꺼번에 익지않고 시차를 두고 익어주니 곶감 만들기에 여유가 생긴다.
큰 감나무의 그루터기에서 돋아난 움에다 접목한 작은 감나무에
감당하지 못할 무게의 감이 열려 지지대로 받쳐주었다.
이제부터는 곶감 만들기 돌입이다.
감을 따서 꼭지에 붙은 가지를 T자로 자르고 꽃받침(감받침?)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암반수로 깨끗이 씻어서 채반에 담아놓으면 물기가 금새 마른다.
감자 깎는 칼을 이용하여 수작업으로 껍질을 벗겨낸다.
오랫동안 곶감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손놀림이 거의 기계 수준이다.
밤이 이슥하도록 음악을 벗 삼아 감을 깎는다.
명상음악, 잉카음악, 필콜더, 김광석......이런게 행복일까?
조금은 허리도 아프지만
나눠먹을 이웃들을 생각하면 즐겁고 흐뭇한 마음이 훨씬 크다.
토방의 넓이와 내 키에 맞게 특별히 주문제작한 앵글에 깎은 감을 매단다.
마지막으로 망을 만들어 씌운다.
우리 오두막은 청정지역이라서 날파리가 거의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이렇게 해야 안심이 된다.
곶감은 씻어서 먹지 않는 먹거리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청결해야 한다.
즈덜 먹을 것도 아닌데 장승부부가 더 흐뭇해 한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모두 끝이 나고
지금부터는 햇빛과 바람의 일만 남았다.
40일 정도가 지나면 달디단 동대리 오두막표 곶감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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