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장 포근했던 날이다.
시골집에서 꽃밭의 묵은잎, 마른줄기 등을 치우며 새싹 맞을 준비를 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생활이지만 이맘 때가 되면 늘 설렌다.
꽃이 피면 어떤 풍경이 될지 상상하면서 온종일 꽃밭 대청소를 했다.
날씨는 완연한 봄날씨인데 집 주변 산들은 아직 겨울잠에 빠져있는 듯 칙칙하다.
연두빛 봄날이 기다려진다.
샛노란 크로커스 한 포기가 제일 먼저 봄을 느끼게 해준다.
비닐 한 장 덮고 있었을 뿐인데 겨울의 강추위도 어쩌지 못했는가 보다.
우리 꽃밭에 유일하게 피어있는 꽃이어서 더욱 반갑고 기특하다.
비닐을 덮어 준 곳과 덮어주지 않은 곳의 차이가 확연하다.
비닐로 덮어주었던 곳은 꽃과 풀이 한데 어울려 진작부터 봄날을 구가하고 있었나보다.
이 계절엔 초록빛만 봐도 그저 반갑기만 하다. 잡초일지라도~
초록빛 반가움도 잠시, 잡초는 호미질에 인정사정 없이 제거되고 만다.
긴 겨울 동안 아파트에 갇혀지내며 얼마나 하고 싶었던 일이었던가?
비닐 속에 있던 접시꽃 한 포기는 벌써 꽃대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역시 비닐의 위력이 대단하다.
꽃동호회 회원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구입한 꽃모종들
성급한 마음에 몇 가지 꽃묘를 들여왔지만 내일부터 꽃샘추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당분간은 거실에 들여놨다가 며칠 후에 꽃밭에 심어줄 계획이다.
꽃나무도 몇 그루 구입했는데 제일 큰 나무가 꿈에도 그리던 유럽 라일락이다.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 짙은 보라색 꽃송이가 어찌나 이쁘던지 꼭 키워보고 싶은 나무였다.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않고 꽃밭에 생기를 주었던 상사초
하루 종일 따스한 햇볕 속에서 산비둘기 소리 들으며 꽃밭정리를 했다.
깔끔하게 변한 꽃밭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날의 마지막 순서로 꽃밭 정리를 하면서 나온 쓰레기를 태울 차례가 되었다.
정자 뒤쪽에 놔둔 빗자루를 가질러 가다가 그만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빗자루를 잡으려는 순간 엄청난 몽둥이가 내 왼쪽 턱을 강타하는게 아닌가?
범인은 남편이었다.
쇠스랑을 놔둘 때는 엎어놔야 되는데 뒤집어 놓아서 벌어진 사단이었다.
정자에 뒤집어서 기대놓은 쇠스랑을 밟았으니 쇠스랑 자루가 반사적으로 나를 향할 수 밖에!
다행히 입술이 터지거나 이가 상하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충격이었다.
미안해하는 남편한테 막 뭐라고 했다.
"쇠스랑을 썼으면 제대로 놓아야지 어떻게 %$##%$##@@"
"과실치상죄 벌금 5만원"
"알았어, 줄께."
한 100만원 때릴걸 너무 솜방망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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