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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보문산 시루봉에 오르다

by 달빛3242 2018. 2. 21.

올 겨울은 추워도 너무 추운 날이 삼한사온을 무시한채 장기간 머물러 있었다. 

게다가 감기까지도 기승을 부려서 한 달 넘게 고생을 했다.

강추위와 감기를 핑계로 오랫동안 거의 집안에서 칩거하다시피 하다가

운동을 너무 안한다는 남편의 성화에 못이겨 모처럼 둘이서 밖으로 나갔다.

날씨가 풀려서 산책하기 좋은 날이었다.

우선 문창동 재래시장 골목에 있는 칼국수집에서 감자전과 칼국수로 점심을 해결하고

 보문산으로 향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꿈꾸며 보문산 정상 시루봉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대전에 살면서 보문산 아랫쪽의 산책길은 여러 번 찾았으나 정상은 거의 40여 년 만에 오르는 것이다.

40여 년 전에는 등산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정상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이 숲에 묻혀서 잘 보이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등산로도 여러 개가 있고 길도 잘 닦여 있어서 오르기가 수월했다.

 

산중턱에 오르니 대전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우뚝 솟은 쌍둥이 건물 대전역사가 눈길을 끈다.


아무도 없는 숲길을 올라가다가 혼자 내려오시는 은발의 할머니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첫눈에 반할 정도로 참 품위있고 아름다운 분이었다.

밝고 온화한 표정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시는 할머니는 곱게 화장까지 하시고

꼿꼿하고 정정해 보여서 젊은 사람 못지않게 활기가 넘쳐 보였다. 

놀랍게도 올해 연세가 82세라고 하셨다.

할머니를 뵙는 것 만으로도 뭔가 강한 메세지가가 내게 전해져 옴을 느낄 수 있었다.

왜 산에 혼자 오셨냐고는 차마 여쭙지 않았다.

82세라면 주변에 친구분들은 이미 돌아가셨을 수도 있고

살아 계시더라도 골골거리는 나이이기 때문에 같이 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요즘은 세월이 가는게 아쉽고 나이듬에 대한 상실감으로 때때로 우울해 지기도 했었는데

그 할머니를 보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새로운 희망도 갖게 되었다.   

나도 누구에게 밝고 긍정적인 메세지를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여러 형태의 계단이 참 많았다.

데크, 방부목, 돌 등을 이용하여 올라가기 수월하게 설치를 해 놓았다.




보문산 정상 시루봉이다.

40여 년 전에는 이름 없는 무덤 하나가 잡풀 속에 있었는데

언제 지었는지 멋진 정자가 떡 하니 세워져 있다.

내 마음 속의 시루봉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감회가 새로웠다.


올라갔던 길과 다른 길로 내려오는데 그곳에는 더 많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낙엽 깔린 오솔길이 더 좋은데......




오랫동안 운동을 안했는데도 보문산 정상까지 갔다 오는데 별로 힘이 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보문산 산행에서 가장 큰 소득은 뭐니뭐니 해도 82세의 선녀를 만난 것이다.



보문산 숲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오색딱다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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