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던 작은손자가
열이 난다면서 잘 놀지도 않고 방으로 들어가 눕는 것이었다.
머리를 만져보니 불덩이다.
너무 놀라서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허둥대고 있는데
큰손자가 가방에서 체온계를 찾아주어 체온을 재보니 38,7도나 되는 것이었다.
하필 옆지기는 배구하러 대전 나가고, 아들내외는 이틀간 근무하고 온다고 내려갔고
시골집에는 손자들과 나만 있었다.
옆지기에게 해열제 사가지고 빨리 오라는 말을 하려고 전화를 하니 받지 않는다.
몇번이나 통화를 시도했지만 한참 경기 중인지 계속 받지 않는다.
속이 타들어 갔다.
찬 물수건으로 계속 닦아주며 아들에게 연락하니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그 때 갑자기 전에 며늘아기가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약이 생각났다.
감기약일거라 생각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보니 뜻밖에도 해열제가 아닌가!
뜯지도 않은 약이 눈에 확 들어오는 순간 '감사합니다'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부리나케 용량대로 해열제를 따라서 먹였다.
열이 점차 떨어져서 한시름 놓았지만 약발 때문임을 알기에 계속 걱정이 되었다.
이튿날도 열이 오르락 내리락 했지만 작은손자는 하루종일 잘 먹고 잘 놀았다.
직장에서 근무를 마친 아들내외는 시골집으로 다시 돌아와 주말을 같이 보내고
일요일 밤에 손자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열이 안 떨어져서 병원에 가서 진찰해본 결과 폐렴 직전까지 갔다는 것이었다.
손자들을 잘못 봐준 것 같아 내심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애 봐준 공은 없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작은손자는 주사를 놓으려고 하자 '아이, 나 주사 싫은데'하면서도
조금도 울지않고 잘 참았다고 한다.
이 녀석은 생각보다 참 대범하고 겁이 없다.
외할머니가 치과에 데리고 갔을 때도 혼자서 치료 받을 수 있다면서
외할머니에게 치료실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링겔 꽂고 병원을 할보하고 다니는 작은손자
딱하기도 하지.
이 모습에 손자바보 할머니는 마음이 찢어질 수 밖에!
'아가, 그 아픔 할머니한테 주면 안되겠니?'
조금 핼쑥해진 것 같기도 하고......
항상 손자들의 건강을 기원해 본다.
손자들이 바둑알로 만든 여러가지 곤충들
아빠와 같이 만든 곤충
항상 책을 가까이 하는 큰손자
아빠 이름 만들어 놓고 자랑하는 작은손자
며늘아기가 묵은지 넣고 끓인 등갈비찜 사진을 보냈는데 너무 맛나다면서
'어머니 묵은지 대박'이라나? ㅎㅎ
시어머니가 맛 없게 만든 제육볶음도 금방 맛있게 뚝딱 고쳐놓는
며느리 요리 솜씨에 깜짝 놀라기도...
시어머니의 고무줄바지도 아무렇지 않게 입고 다니는
며늘아기의 소탈함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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