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더위가 몰려오기 전에 서둘러 고추를 땄다.
올해 첫수확인데 생각보다 실하고 양도 많다.
예년에 비해 벌레구멍이 많지 않은걸 보니 올해는 초보 농사꾼 운이 좋다.
햇볕 잘드는 마당에 널어놓으니 그대로 꽃이 된다.
어릴적부터 봐왔던 별스럽지도 않은 이런 풍경이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내 할머니의, 내 어머니의 그림을 나도 따라서 그리고 있는 것이다.
멍석은 아니지만 비닐깔판 위에서 늦여름 강한 햇빛에 태양초가 되어간다.
데크 위에도 한가득 널어놓았다.
웬지 흐뭇하고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가을로 가는 징검다리 하나를 놓은 것 같다.
텃밭 초입에 심어 놓은 방울토마토
오며가며 한두 개씩 따먹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