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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아프리카 여행 - 탄자니아(킬리만자로산 미니트레킹)

by 달빛3242 2013. 3. 14.

2013년 1월 24일

 

탄자니아 최대의 관광도시인 아루샤에서 아침을 맞았다.

아루샤는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산을 트레킹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교통의 요지로

세렝게티 국립공원이나 옹고롱고로 동물보호구역 등 사파리 여행의 기점이 되기도 한다.

해발 1,400m에 자리잡고 있는 아루샤는 국가 전체 관광수입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탄자니아 제 2의 대도시이다.

 

오늘 일정은  킬리만자로산 트레킹이 전부다.

탄자니아가 자랑하는 해발 5,895m의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한가운데 적도 가까이 있으면서도 정상에 만년설과 빙하가 1년 내내 덮여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만년설이 덮여있는 면적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서

앞으로 몇년 후에는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보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킬리만자로'는 스와힐리어'빛나는 산'을 의미하며

원주민들이 '신의 집'이라고 숭배하는 산이기도 하다.
75만 년 전에 형성된 전형적인 화산 단층지괴 지형의 꼭대기에는

직경이 2.4km에 달하는 분화구가 있으며

기온 분포에 따른 다양한 생물군이 서식하고 있어

1987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조용필의 노래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산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른 날에 비해 조금 여유있게 아침 9시에 호텔을 출발하여 킬리만자로산으로 향했다.

미니버스를 타고 한 30여 분 달렸을까?

갑자기 고무 타는 냄새와 함께 차 뒷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차는 급히 길가에 세워지고 우리는 불이 난 줄 알고 모두가 정신없이 차에서 빠져나왔다.

브레이크가 고장나서 뒷바퀴의 브레이크라이닝과 패드가 밀착되어 과열로 생긴 연기였다.

좀 황당하긴 했지만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자유 시간이 주어져서 크게 불만은 없었다.

 

 

차를 고치는 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며 탄자니아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가 보았다.

집 앞에서 맨발로 혼자 놀고 있는 아기가 참 귀엽고 예뻤다.

 

 

뒷골목으로 더 들어가니 마을 공터에 공동수도가 있고 물통이 길게 늘어서 있는게 보였다.

물줄기는 가늘게 쫄쫄거리고 아낙네들은 처마 밑 그늘에 앉아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세월에 물통 하나를 가득 채울 수 있을지 보는 내가 더 답답했다.

내가 어렸을 적에도 가뭄이 심하면 동네 우물물이 말라서 저런 풍경을 연출하곤 했었다.

잊고 잊었던 추억 속의 풍경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어느 집 앞에는 커다란 애플망고 나무가 있었는데 가지가 휘도록 많이도 열려있다.

아직 철이 일러서 익지는 않았지만 크기로 봐서 그래도 맛은 들지 않았을까 싶어

주인에게 사고 싶다고 했더니 2달러에 큰 것 3개를 따주었다.

그런데 너무 안 익어서 전혀 먹을 수가 없었다.

 

1 시간 30분이 지났지만 미니버스는 끝내 고치지 못하고 다른 차가 대신 왔다.

 

 

 

 

킬리만자로 등산 시발점인 마랑구 게이트에 도착하여 먼저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꽃이 많이 가꿔져 있어서 볼 거리가 많았다.

원래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여행사 착오로 예약이 안되어 있어서

야외로 나와 도시락으로 대신해야 했다.

이래저래 오늘은 꼬이는 날인 것 같았다. 

 

 

 

 

 

 

킬리만자로산 입구에 있는 관리사무소 건물이다.

뾰족한 지붕이 킬리만자로의 세 봉우리를 형상화해서 지은 건물이 아닐까?

내 맘대로 추측해 보았다.

 

 

관리소에 입산 신고를 하기 위해 가이드가 우리의 여권을 모두 걷어 갔다.

 

 

가이드가 입산 신고를 하는 동안 우리는 입구에서 기다렸다.

커다란 나무가 수문장처럼 입구에 떡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속이 복잡한지 한참 만에야 가이드가 4명의 현지인 등반 가이드와 같이 올라왔다.

우리 일행이 모두 17명이라고 하니 관리소 직원이 등반 가이드를 4명이나 붙여주었다고 한다.

우리 팀은 간단한 트레킹이라서 등산 가이드가 1명만 있어도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4명을 다 쓰라고 해서 한참 동안 언쟁을 벌이다가

어쩔 수 없이 4명의 등반 가이드를 다 데리고 왔다는 것이었다.

등반 가이드에게는 비싼 팁을 줘야 하는데 너무 상업화 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입구의 표지판에 킬리만자로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우후루피크(UHURU PEAK), 5895m, 만년설(ICECAP)이라 쓰여있다.

최고봉의 높이가 백두산(2744m)의 2배가 훨씬 넘는다.

 

 

이제부터 킬리만자로 트레킹 시작이다.

출발~

 

 

 

 

정글 숲으로 들어가자 한낮인데도 어둠침침한 굴 속 같았다.

숲으로 들어가면 산을 볼 수 없다더니 꼭 맞는 말이었다.

숲 속을 걷는 동안 나무만 보일 뿐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어디쯤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올 것이고

그 곳에 올라서면 만년설이 덮인 킬리만자로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야무진 꿈을 꾸면서

모두가 열심히 올라갔다.

 

 

 

 

 1시간 30분 쯤 올라가니 큰길과 만나는 곳이 있었다.

뒤쳐진 일행을 기다리며 그곳에서 쉬고 있는데

까마귀 비슷하게 생긴 새가 많이 보였다.

새들은 사람을 무서워 하지도 않고 가까이 다가가도 잘 도망가지 않았다.

 

잠시 후 뒤따라 올라온 가이드가 하는 말이 이곳이 바로 터닝포인트라는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숲만 보면서 어렵게 올라왔는데 킬리만자로의 멋진 경치를 못 보고 내려가야 한다니

뭔가 사기 당한 기분이 들었다.

겨우 숲길 1시간 30분 걷기 위해서 하루를 완전히 소비하다니

여행 일정이 너무나 부실하게 짜여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트레킹은 우리나라 산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차라리 트레킹을 하지말고 먼발치에서나마

킬리만자로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갔더라면

고생도 덜 하고 구경도 훨씬 잘 했을텐데 너무나 실망이 컸다.

우리 일행 모두가 같은 생각으로 불만이 많았다.

 

 

실망만 가득 안고 내려오면서 허탈한 마음에 사진 한 장 남겼다.

킬리만자로는 특별한 장비 없이도 정상등반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문 산악인을 비롯하여 일반인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대략 5박 6일 일정으로 고산증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등반을 하게 되면

80~90%의 사람들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가이드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킬리만자로산(기내에 비치된 안내책자에서 찍은 사진임 )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었는데......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마치고 아루샤로 돌아오는 길에

이 지방에서만 생산된다는 붉은 바나나를 사먹었는데 굉장히 맛이 있었다.

일반 바나나 보다 훨씬 커서 한 개만 먹어도 속이 든든했다. 

 

 

호텔에 돌아오는 동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도

미니버스는 전조등도 켜지 않은 채 과속으로 달려서

앞좌석에 앉았던 분들은 굉장히 불안했다고 했다.

우리는 뒷좌석에 앉아서 그런 사실도 모르고 맘 편히 올 수 있었는데...

어째튼 구경은 제대로 못했지만 오늘 하루 안전하게 여정을 마칠 수 있어서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