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늘아기가 산후조리원에서 퇴원하는 날
동생을 처음 보는 큰손자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무척 걱정스럽기도 했다.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동생이 나타나면
아기들은 시샘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 큰손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집에 도착하여 며늘아기가 먼저 큰손자를 껴안아주고
뒤이어 아내가 작은손자를 안고 들어갔다.
큰손자에게 동생의 존재를 일깨워주고 작은손자를 아기침대에 눕혀놓았다.
큰손자가 따라들어오더니 어른들을 모두 아기방에서 쫓아내고 방문을 닫아버렸다.
시샘으로 혹시 해코지하려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 어른들이 아기방으로 들어가려하면
어른들의 손을 잡아끌어서 문밖으로 내보내고 혼자서만 동생방에 있으려고 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큰손자가 무얼 하려는 것인지 문틈으로 살짝 엿보았더니
까치발을 하고 침대에 매달려 오랫동안 조용히 동생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문 밖에서 숨을 죽이고 큰손자가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었다.
팔을 뻗어서 여리디여린 동생을 한 대 때리면 어쩌나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큰손자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정빈아."
제 동생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가 정확하게 불러주다니
그 순간에 긴장이 풀리면서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어른들이 우려했던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큰손자는 놀다가도 자주 아기방을 들락거리며 한참씩 동생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큰손자가 왜 어른들을 아기방에서 쫓아냈는지 의문이다.
혼자서 동생을 독차지하려고?
아니면 동생을 향한 어른들의 사랑을 원천봉쇄하려고?
오후에는 아기를 침대에서 잠깐 내려놓고 큰손자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지켜보았다.
큰손자는 동생 곁에 바짝 붙어서 요모저모 자세히 살펴보면서
신기한 듯 얼굴도 살살 만져보고
그 비싼 뽀뽀까지 아낌없이 해주는 것이었다.
여간해서 누구에게 뽀뽀를 잘 해주지 않는 녀석인데 별일이었다.
형제의 첫날 상봉은 이렇게 평화모드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래도 아기는 아기다.
언제 어떤 돌발상황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로 아기들 둘만 놔두지 말라고 며늘아기에게 당부했다.
이튿날
27개월 큰손자와 11일 된 작은손자의 크기를 비교해보니
거인과 소인 같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 (0) | 2013.11.14 |
---|---|
막춤 신동 - 27개월 (0) | 2013.11.04 |
손자는 못말려 (0) | 2013.10.23 |
손자는 분위기 메이커 - 27개월 (0) | 2013.10.23 |
둘째 손자 (0) | 2013.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