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증 TV를 보면 셰프가 대세다.
특히 남자 셰프는 요즘 여자들의 로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기 만점이다.
셰프의 아내는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겠구나 하고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우리 옆지기는 요리에 관한 한 그야말로 0점이다.
결혼하고 40년 가까이 살았지만 요리라고는
신혼 때 핫케익을 만들어 준 것과 생일날 미역국 1번, 닭도리탕 1번이 전부였던 것 같다.
현직에 있을 때 서울에 있는 국립국악원으로 연수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아들이 아빠의 음식테러로 곤욕을 치렀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지금도 웃음이 지어진다.
개운한 국물이 일품이어야 할 꽃게탕에 참치 통조림을 넣고 멀덕국으로 끓였다나?
요즘 감기로 한 달 이상 고생하다 보니 요리는 물론이고 밥먹는 일도 귀찮아졌다.
이런 때는 옆지기가 나서서 아무 요리나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옆지기는 요리는 못해주는 대신 냄비를 들고 음식점에 가서 구걸(?)은 잘 해온다.
별로 외식을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찜이나 탕 종류를 사 나르는 옆지기를 보고
당신도 잘하는 요리가 딱 한 가지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마디 했다.
옆지기는 곧바로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하더니 자신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요리가 있다고 했다.
바로 우리 부부가 평소에 외식으로 즐겨 먹었던 붕어찜이란다.
그런데 이 무슨 불길한 예감?
붕어찜은 난이도가 높은데 왕초보가 그걸 해보겠다고?
여간 잘 해서는 비린내가 나서 먹기 어려울텐데
괜히 붕어만 아깝게 되겠구나 하고 속으로 걱정이 되었다.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우리는 붕어를 사러 대청댐 부근의 민물고기 파는 곳으로 달려갔다.
살아있는 붕어로 요리를 해야 맛이 있는데 몇 군대를 돌아다녀도 냉동 붕어만 있었다.
할 수 없이 냉동 붕어 세 마리를 사가지고 왔다.
걱정이 되었지만 마늘, 생강 등 양념재료만 찾아주고 나는 완전히 손을 떼고 거실로 나왔다.
옆지기는 비린내를 잡기 위해서 산초도 넣어야 한다면서
요리 도중 슈퍼에 가서 산초까지 사가지고 들어왔다.
한참 후 구수한 냄새가 집 안에 가득 차고 붕어찜이 완성되었다.
그런데 큰 붕어를 세 마리나 넣었는데 무우 시레기에 파묻혀 있어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과연 옆지기의 첫 솜씨인 붕어찜의 맛은?
오, 환타스틱! 웬 실수? 세상에 이럴 수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가 깜짝 놀랐다.
찜이 탕이 되긴 했지만 비린내도 나지않고 국물 맛도 구수하고 담백한 것이
우리가 즐겨 찾았던 음식점의 붕어찜 맛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맛있는 것이었다.
진작에 소질을 계발했어야 하는건데 아깝다.
이제 늦깎이 셰프도 탄생했고 가까운 대청댐에 붕어는 얼마든지 있으니
늦팔자 한 번 늘어지게 생겼다. ㅎㅎ
오랜 감기로 입맛을 잃었는데 옆지기의 정성 어린 붕어찜으로 완전 포식을 했다.
"임 셰프로 불러 줄께요. 앞으로 자주 부탁드립니다."
오래 살다보니 별일도 다 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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