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3일(금) 오전
"오늘은 대격전의 날입니다! 빨리 빨리 서두르세요."
가이드의 말에 바짝 긴장이 되면서 하루를 정신없이 보낼 생각에
여행의 즐거움보다는 한숨부터 나왔다.
오늘의 일정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하루 동안에 로마의 모든 곳을 공략해야 한다.
새벽 6시 30분에 호텔을 출발한 버스는 첫번째 목적지 바티칸을 향해서 부지런히 달렸다.
피곤한 눈을 비비며 도시락으로 간단하게 조반을 때우면서 바티칸 박물관으로 달려갔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박물관 앞에는 이미 먼저 온 여행객들로 긴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드디어 전쟁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광경이었다.
우리도 맨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긴 줄은 금세 우리 앞쪽보다 뒤쪽이 더 길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시국은 로마시 안에 독립된 또 다른 나라이다.
1929년 무솔리니와 교황청과의 협약인 라테란 조약으로 성립된 나라이다.
로마 교황이 국가원수로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나라로
인구 900명 정도, 면적은 0.44㎢로 굉장히 작은 나라지만
전 세계 8억 명의 카톨릭 신자를 다스리는 나라가 바로 바티칸 시국이다.
인구 중에는 세계각국의 추기경들도 포함이 되는데
추기경이 되면 자동으로 바티칸 시민으로 등록이 된다고 한다.
바티칸 시국은 대부분 중세 및 르네상스 시대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6개의 성문이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특수훈련을 받은 스위스 용병 100여 명이 교황을 호위한다고 한다.
바티칸 박물관 입구 위를 장식한 미켈란젤로(왼쪽)와 라파엘로(오른쪽)의 조각상
미켈란젤로는 손에 망치를, 라파엘로는 팔레트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줄서서 1시간 이상을 기다리고 입구에서 보안검색이 철저하게 이루어진 후에
에스컬레이틀를 타고 바티칸 시국으로 입성을 할 수 있었는데
그야말로 관람객들로 미어터져서 처음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박물관으로 입장을 하기 전에 피냐 정원에 세워진 입간판을 보고 작품 설명을 들었다.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가이드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등 그림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면서도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시스티나 성당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나 설명을 일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스티나 성당 천정화의 핵심인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프레스코화로 그린 그림이다.
프레스코화는 회칠을 먼저 한 후 회벽이 마르기 전에 채색하는 기법으로
벽에 물감이 스며들면 오래도록 변함이 없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간판에 있는 천지창조 그림을 둘로 나누어 찍어서 붙여본 것이다.
가운데 부분의 그림은 9개의 주제로 되어있는데 너무나 낯익은 그림들이 보인다.
에덴의 낙원에서 추방되고 있는 아담과 이브의 모습이 그려진 것과
하나님이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모습의 그림이다.
천지창조
천지창조'는 유럽을 대표하는 최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걸작이다.
미켈란젤로는 31세부터 혼자서 4년간 이 천장화를 그려 1512년에 완성했는데
천지창조부터 노아의 방주까지 창세기에 나오는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을 그릴 때 누워서 그리는 일반적인 방법과 달리
서서 고개를 젖혀서 그리는 매우 불편한 자세로 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계략에 의해 탄생했다.
당시 로마 예술계의 거장 도나토 브라만테는 '피에타' 상을 조각한 미켈란젤로를 견제했다.
그는 조각 외에는 천장화는 단 한 번도 그려본 적 없던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그리도록 지시했다.
미켈란젤로는 4년간 천장화를 그리며 관절염과 시력장애에 시달렸다.
인고의 노력 끝에 '천지창조'가 완성되었고 도나토 브라만테의 음흉한 계략은 무너진다.
과감하고 역동적인 화법으로 창세기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를 통해 로마뿐 아니라
유럽을 대표하는 최고의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최후의 심판
미켈란젤로가 57세에 교황 바오로 3세의 부름을 받아
시스티나성당 제단 뒤에 그린 벽화이다.
혼자서 6년 동안 그리는 고생을 감내한 끝에 1541년에 완성한 그림으로
'천지창조'를 능가해 그의 예술인생에 정점을 찍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최고의 걸작들은 성당 밖에 세워져 있는
간판사진으로 밖에 남길 수가 없어 아쉬움이 컸다.
서양미술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가이드는 우리들을 입간판 아래 세워두고
그림에 대한 일화라든가 예술가에 대한 일화를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들으니 아는 만큼 보인다고 빨리 실제의 그림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피냐(솔방울)정원의 솔방울
높이 4m가 넘는 거대한 솔방울 모양의 조각품은
로마 시대 판테온 부근의 분수대 장식품이었다고 한다.
구 안의 구(Sphere Within Sphere)
이탈리아 조각가 아르날도 포모도로의 작품으로 피냐정원 잔디밭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1960년 로마올림픽을 기념하여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안에 있는 구는 환경오염으로 파괴되어 가는 지구를 상징하고
겉에 있는 구는 그리스도를 상징한다고 한다.
피냐정원을 둘러본 다음 드디어 바티칸 박물관으로 입장했다.
라오콘 군상
고대 트로이의 제관이었던 라오콘이 그리스 군이 보낸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이는 것을 반대하다가 신의 노여움을 사
두 아들과 함께 큰 뱀에게 감겨 질식사 당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뱀에게 옆구리를 물리며 뒤틀린 허리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라오콘 상은 1506년 로마 인근에서 발견되었는데 교황청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원형의 방
중앙에 직경 5m에 달하는 거대한 원형수반은 네로 황제의 욕조로 추정된다고 한다.
주변에는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신화 속 신들의 조각상이 배치되어 있다.
수반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바닥이다.
양탄자가 깔려있는 듯한 바닥을 자세히 보면
아주아주 작은 돌로 정교하게 모자이크한 것이다.
보이는 것마다 모두가 '세상에 이런 일이!!!'다
헤라클레스
폼페이 극장 근처에서 발견된 2세기 경에 만들어진 도금된 청동상이다.
칼리돈의 왕자 멜레아그로스
멧돼지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원형의 방 천정
판테온과 같은 모양의 천정은 높이 21.6m로 판테온의 절반 정도이다.
그리스 십자가의 방에 있는 바닥의 모자이크
3세기 경의 작품으로 로마의 고대도시 라티움에서 가져와 장식했다고 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파에 밀려 이동한다.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면 '라파엘로의 방'과 '시스티나 성당'으로 연결되는 긴 회랑이 나온다.
중간에 복도 양편에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촛대 회랑, 아라찌 회랑, 지도 회랑 등을 지나게 된다.
이제 바티칸 박물관의 거의 끝부분에 와있다.
아르테미스상
촛대 회랑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상이다.
다산(多産)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의 딸로 아폴로와 쌍둥이 남매다.
지도 회랑의 천정화
길이 120m에 이르는 지도 회랑의 천정화는 바티칸 박물관에서 가장 화려하다.
감동적이라는 표현보다는 환상적? 아니 충격적?
휘황찬란한 금빛 천정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저 가슴에 전율이 흐르는 벅찬 감동을 안겨주었다.
인파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면서도 미아가 되지않기 위해 끝까지 놓칠 수 없었던 깃발
가이드가 높이 치켜든 노란색 깃발에 자주 시선을 주다보니 많은 것들을 놓치고 말았다.
우리 가이드도 팔이 많이 아팠겠다.
바티칸 박물관은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부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데 이번 여행 중에 3곳을 모두 관람할 수가 있었으나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된 관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바티칸 박물관에서는 인파에 떠밀려 다니느라 몸도 제대로 가누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 유명한 라파엘로의 방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고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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