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를 하루 앞두고 칡뿌리를 캐러 갔다.
산은 무채색의 겨울빛깔 그대로인데 봄 기운이 서린 밭뚝에는 푸른 빛이 잔잔히 감돌고 있었다.
양지바른 산자락 아래 밭뚝에 곱게 깔려있는 앙징맞은 꽃
이름하여 '봄까치꽃'이다.
봄소식을 전하는 까치 같다고 해서 붙여진 예쁜 이름 말고도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씨앗의 모양이 희한하게도 개의 거시기를 닮아서 '큰개불알풀'이라는 민망스런 이름이다.
봄까치꽃~ 이름만 바꿔 불러도 이리 이쁘고 봄내음 물씬 풍기는 꽃인데...
‘기쁜 소식’이라는 꽃말대로 이젠 기쁜 봄소식이 온산야를 뒤덮을 것이다.
이 계절엔 작은 꽃 하나에도 마음이 설렌다.
양지바른 보문산 산자락에서 세 시간여 캔 칡뿌리이다.
땅이 부드럽고 포실포실한 경사지에서 비교적 힘 안들이고 쉽게 캘 수 있었다.
칡뿌리의 시작은 별로 굵지않은데 캐보면 통통하게 알이 배긴 굵은 뿌리가 나왔다.
어렸을 때는 이런 칡을 암칡이라 했는데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생즙 짜기에는 양도 적고 웬지 비위생적인 것 같아 말려서 차 끓이는데 쓴다.
칼로 얇게 저며서 건조기에 말리면 하루도 안 걸려 바싹 마른다.
말린 칡+ 돼지감자 튀긴것+ 옥수수수염 이렇게 넣고 차를 끓이면
맛도 구수하고 약간 쌉살하면서 칡향도 은은하게 배어나온다.
칡은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제로 상당히 우수한 한약제라고 한다.
숙취해소(우리는 해당사항 무)와 간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고
에스트로겐 함유량이 석류의 600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건강에 도움을 주는 칡이 산에 가면 천지사방에 널려있다.
간식거리가 없던 어린시절에는 하루종일 산을 헤대고 다녀도 쉽게 눈에 띄지 않았던 칡이
이제는 온산을 뒤덮고 있어 나무의 숨통을 죄고 숲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칡을 캐서 건강도 지키고 산림의 피해도 막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는 두어 번 더 칡뿌리를 캐러 갈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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