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모니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이다.
그 시절 내가 다니던 시골 초등학교에서는 학습발표회라는 것을 했는데
전교에서 선발된 20여명의 학생들이 마을마다 찾아다니며 순회공연을 했었다.
1학년이었던 나는 친구들 5명과 함께 무용에 뽑혀 언니 오빠들과 함께 공연을 다녔다.
그때만 해도 음향기기가 없었던 때라서 우리가 무용을 할 때는
선생님께서 직접 하모니카로 연주를 해주셨다.
'새나라의 어린이'라는 동요였는데 어린 마음에도 처음 듣는 하모니카 소리가 너무나 좋았다.
초등학교 1학년때 처음 보았던 하모니카를 직접 만지게 된것은 5학년 때이다.
어머니의 지인분이 언니에게 하모니카를 선물했는데
언니는 하모니카를 잘 불지않고 책상서랍에 고이 모셔두고는 열쇠를 채워놓는 것이었다.
나는 하모니카가 너무너무 불고싶었지만
여섯살 위의 언니가 자기 물건에 손대는 것을 싫어해서
빌려달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빌려달라고 하면 일언지하에 거절당할게 뻔하기 때문에 감히 말도 못붙여봤다.
언니의 책상서랍 속에서 잠 자고 있는 하모니카는 계속 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불어보고 싶은 욕망은 더욱 커져만 가고 절대로 포기가 안되었다.
궁리 끝에 머리핀을 책상서랍 열쇠구멍에 넣고 요리조리 돌려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서랍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언니의 하모니카를 손에 넣고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리고는 하모니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마구잡이로 불어보았다.
맑고 고운 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던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나의 첫번째 도전곡은 '고향의 봄'이었다.
어찌어찌 연습하다보니 첫날 '고향의 봄'을 다 불 수 있게 되었다.
언니는 2십리도 넘는 먼길을 걸어 고등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귀가시간이 늦었고
나는 언니가 돌아오기 전에 실컷 하모니카를 불 수 있었다.
이렇게 하모니카라는 악기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가지고 놀다보면 저절로 습득이 된다.
올해 처음으로 아들네 집에 가면서 새해 기념으로 손자들에게 하모니카를 선물했다.
손자들에게 하모니카에 대한 기초적인 몇가지를 가르쳐주고
바로 '학교종'을 따라 불도록 했더니 두 녀석이 모두 너무나 쉽게 따라 부는 것이었다.
손자들의 하모니카 첫날, '학교종' 연주 동영상이다.
어설프지만 손자바보 할머니에게는 명곡으로 들린다.ㅎㅎㅎ
작은손자는 '학교종' 계명을 보더니 스스로 멜로디언까지 연주를 해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마침 며늘아기의 생일날이어서 손자들이 하모니카와 멜로디언을 연주하는 영상을 찍어
직장에 있는 며늘아기에게 생일선물이라며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한지 며칠만에 음감이 있는 큰손자는 다른 동요도 불게 되었다.
우리 손자들 곧 청출어람을 증명할 것 같다.ㅎㅎ
나의 생각은 참 소박하다
손자들이 거창하게 음악가가 되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음악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스와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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