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1일)
밤새 고산병과 씨름하느라 잠을 설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멀쩡하다.
하룻밤 사이에 고산지대에 적응이 되었나 보다.
날씨도 맑고 좋은 컨디션으로 티티카카 투어에 나섰다.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티티카카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에 있으며
해발 3,810m로 운송로로 이용 가능한 호수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이다.
호수의 최대 길이는 190Km, 최대 폭은 64Km, 평균 수심은 약 280m에 이른다.
면적이 8,300km²에 이르는 바다 같은 호수이다.
우리가 10 시간 넘게 고산병과 차멀미에 시달리며 버스를 타고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는
호수 위에 떠 있는 갈대섬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이다.
갈대섬은 우로스섬, 갈대섬에 사는 사람들은 우로스족이라 불린다.
선착장에는 관광객을 기다리는 모터보트와 유람선이 꽉 들어차 있다.
우리는 모터보트를 타고 인공 갈대섬으로 출발하였다.
갈대밭 사이로 뱃길이 나 있고 풀밭에는 방목하는 돼지와 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모터보트로 40여 분 정도 가서 물 위에 떠있는 우로스섬에 다다랐다.
여러 개의 섬이 떠 있었고 섬마다 갈대로 엮은 집들이 몇 채씩 있었다.
모터보트가 한 섬에 닿자 원주민들이 모두 나와서 손을 흔들며 환영해 주었다.
가이드와 원주민으로 부터 갈대섬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호수 바닥에서 서로 뒤엉켜있는 갈대의 뿌리가 섬의 기초가 된다고 했다.
사진 속 안내판 밑에 있는 검은 덩어리가 바로 갈대의 뿌리인데 커다란 벽돌 모양이다.
남자들이 물 속에 들어가 톱으로 뿌리를 반듯하게 자른다고 했다.
티티카카 호수의 수온이 낮아서
물 속에 들어가 뿌리를 자르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 했다.
갈대의 뿌리는 속이 비어 있어서 물 위에 잘 뜬다.
벽돌처럼 생긴 갈대의 뿌리를 단단하게 이은 다음
그 위에 말린 갈대 줄기를 서로 엇갈리게 수 백 겹 깔면 섬이 된다고 했다.
토토라라 불리는 이곳의 갈대는 우리가 아는 갈대와는 전혀 다른 풀이었다.
원주민이 토토라 줄기의 껍질을 벗기자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씹어보라고 주는데 조금 달착지근 하면서 비릿한 맛이 나는 게 비위에 안 맞았다.
무엇이든 맛 들이기 나름이라고
토토라 줄기는 이곳 사람들의 좋은 간식거리가 된다고 했다.
이 원주민 아저씨의 오색찬란한 모자가 처음에는 우습고 안 어울리는 것 같더니
자주 보니 눈에 익숙해졌다.
섬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은 다음에는 각자 흩어져서 가정집 방문에 나섰다.
이 섬에는 모두 7가구가 있는데 우리가 방문한 집은 젊은 부부가 사는 집이었다.
집 안에는 별다른 가재도구도 없이 생존에 필요한 것들만 조촐하게 갖춰놓았다.
그런데도 이들은 한없이 행복해 보였다.
방 한 쪽에는 젊은 부인이 누워있었는데 3일 전에 아기를 낳았다고 했다.
부인은 우리를 보고 부기가 있는 얼굴로 환하게 웃어주었다.
집을 보여준 댓가와 아기 분유값으로 약간의 사례를 했다.
섬에는 가두리 양식장도 있다.
베어낸 갈대 줄기는 단으로 묶어서 세워서 말린다.
작은 보트는 우로스섬 원주민들의 교통수단이다.
건조중인 갈대배이다.
갈대배를 건조하는데는 1년 정도가 걸리고 배의 수명도 1년 정도라고 했다.
전망대
그들은 집집마다 품목이 비슷한 토산품이나 자신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판다.
한 집의 물건만 팔아주면 안 된다고 했다.
골고루 팔아줘야 서로 불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만약에 주민 간에 사이가 벌어지면 섬을 톱으로 썰어서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도 한다고 했다.
토산품 장사가 끝난 다음에는 공연이 이어졌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섬 주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간단한 율동과 함께 합창을 했다.
그런데 귀에 익은 우리의 동요를 부르는 것이었다.
이들의 수입을 올려주고 싶어서
우리를 인솔한 한국인 가이드가 가르쳤다고 했다.
공연이 끝나자 우리 일행은 그들에게 팁을 주었다.
팁은 주로 시선을 집중시켰던 귀여운 꼬마들에게 몰렸다.
나는 앉아 있는 할머니께 드렸다.
이들은 주로 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이어갔는데
요즘은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도 팔고 팁도 받아서
생활이 좀 나아졌다고 했다.
우리가 떠나려고 배에 오르자 그들은 아리랑을 부르며 배웅해 주었다.
관광객이 떠나자 그들은 다시 그들만의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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