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31일
난생 처음 타 본 침대기차는 생각과 달리 낭만적이지 못했다.
침대기차의 침대는 마치 선반과 같았고 그 위에 올려진 나는 짐짝과 다름 없었다.
숙면을 취할 수 없었던 불편한 밤이 지나고
어제 오후 6시 경에 아우랑가바드를 출발한 기차는
19 시간을 달려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델리에 도착했다.
인도문(India Gate)
인도에는 델리와 뭄바이 두 곳에 인도문이 있다.
두 개의 인도문은 외양뿐만 아니라 기념하는 내용도 전혀 다르다.
높이가 42m나 되는 델리의 인도문은 세계 제 1차대전에 참가하여 전사한
9 만명의 인도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건축물이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는 영국 측에 협력해서 참전하면
독립을 보장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커다란 희생만 치르고 말았다고 한다.
인도문 광장에는 많은 인도인들이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떠돌이 개들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다.
라즈가트
비폭력 평화운동을 이끌며 인도의 독립운동을 이끈 마하트마 간디가 화장된 곳이다.
인종과 종교를 초월해 매년 수백만 명의 참배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넓은 잔디밭 가운데에 검은 대리석으로 된 제단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별로 구경할 만한 것도 없는데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드넓은 라즈카트 둘레를 한 바퀴 돌자고 우기는 바람에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
길거리에서 야자열매로 갈증을 풀고 꾸뜹미나르로 급하게 출발했다.
해가 거의 기울어가는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도착했다.
꾸뜹미나르 (Qutb Minar)
꾸뜹 미나르는 델리를 대표하는 상징물 가운데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1193년 델리 술탄국의 꾸뜹 우드 딘 에이백이 세운 승전탑으로
전체 높이는 72.5m에 이른다.
수 차례 개축을 통해 각 층마다 베란다가 있는 5층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1층 부터 3층까지는 붉은 사암으로
4층부터 5층까지는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채색을 하지 않았어도 자연 그대로의 돌의 색깔로
아름다운 무늬를 표현하고 있는 이 거대한 탑은
독특하면서도 매우 화려했다.
여태까지 내가 보아온 탑 중에 단연 최고였다.
날이 너무 저물어서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삼각대가 없어서 사진 찍기에도 안 좋은 상황이었다.
라즈가트에서 쓸데없이 둘레를 돌지만 안했어도 아쉬운대로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패키지 여행에서는 어느 한 사람의 독단이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할 때가 있다.
꾸뜹 미나르 주변에는 많은 유적들이 있었는데
하나씩 살펴보기는 커녕 거의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어둠 속에 묻혀가는 거대한 탑을 뒤로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망년회를 준비한 인도 아이들과 같이)
밤에는 망년회를 한다고 우리 일행 중 10명이 의기투합하여
과일을 사러 호텔 밖으로 나갔다.
여기저기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불꽃놀이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인도 사람들이 망년회를 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걸어도 상점이 보이지 않아 일행들과 되돌아 오는데
어느 곳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하며 망년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남녀노소가 즐겁게 어울려서 파티를 하고 있었다.
어른들을 위해서 어린이들이 준비한 망년회라고 했다.
앰프 시설과 모닥불은 어른들이 준비한 것 같았다.
넓은 공터의 의자에는 어른들이 앉아 있었고
예쁘게 화장을 한 어린이들은 춤과 노래를 보여주면서
간단한 다과로 어른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어른들도 아이들과 같이 즐겁게 어울려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면서
그야말로 화기애애하고 감동적인 망년회를 열고 있었다.
가이드가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라고 우리를 소개하자
모두가 박수를 치면서 무척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귀여운 아이들은 우리에게도 다과를 가져다 주면서
같이 놀자고 팔을 잡아 끌었다.
우리도 그들과 어울려 인도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며 파티를 즐겼다.
아내는 아리랑을 불러서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뜻하지 않게 인도 사람들과 손을 잡고 한바탕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매우 수준이 높은 주택단지라 했다.
아이들도 매우 똑똑하고 영리해 보였다.
델리 의대의 학장이라는 분은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유명인사로
여러 곳의 초청을 받았지만 손주들의 재롱을 보기 위해서 다 취소했다고 했다.
우리가 작별인사를 하고 나서자 촌장님과 학장님은 한참을 따라오면서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인도에서 인도 사람들과 같이 한 망년회는 오래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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