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1일
우루무치에서 유원까지는 기차로 11시간이 걸렸다.
유원에서 전용버스편으로 돈황으로 이동하는데는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돈황은 고비사막의 오아시스 도시로 실크로드의 서역으로 통하는 중요한 거점이다.
돈황이라는 이름은 '크게 번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유원에서 돈황으로 이동중 아득한 지평선을 배경으로 한컷!
돈황에 도착하여 바로 점심 식사를 하고 유명한 호텔 '돈황산장'에 여장을 풀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오후 4시에 양관으로 이동하기로 하고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밖의 풍경이 궁금해서 친구와 같이 호텔 옥상으로 올라갔다.
위 사진이 바로 옥상에서 찍은 명사산의 모습이다.
명사산은 호텔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었다.
사구의 멋진 곡선을 촬영하고 싶어서 친구와 같이 명사산으로 가기로 하고
카메라를 챙겨 호텔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어찌나 더운지 햇볕이 따가울 정도였다.
호텔 정원에서 사진 한 장 찍고는 명사산 가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다시 호텔로 들어와 두어 시간 쉬었다가 오후 4시에 양관으로 이동했다.
양관은 실크로드에서 관문 역할을 하던 곳이다.
돈황고성
돈황고성은 명사산이 있는 사막 한가운데에
한나라 시대의 도시를 영화세트장으로 재현해 놓은 곳이다.
1987년 중국과 일본이 합작으로 대형 역사영화 <돈황>을 찍기 위하여 만들어진 세트장으로
송대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를 원본으로 하여 사주고성을 그대로 재현하였는데
그 건축면적이 1만평방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영화 세트장에는 성문과 성루가 우뚝 솟아있고
도로 양편으로는 불당, 창고, 주점, 주택 등이 지어져 있다.
한나라 시기에 사용했던 창과 방패 등 무기들도 먼지에 쌓인채 침묵하고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은 중국 서부의 최대 영화 촬영기지로 인정받고 있으며
우리나라 영화 <놈, 놈, 놈>, TV드라마 <해신>, <명성황후> 등의
촬영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돈황고성을 만들 당시에 중국은 땅을 빌려주었고 일본은 세트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촬영이 모두 끝나고 일본측이 중국측에게 촬영세트를 인수하라는 제의를 했는데
중국측은 이를 거절하고 세트장을 다 뜯어가라고 했다고 한다.
일본측은 운반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세트장을 중국에 남겨둘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사막 한가운데에 이런 어마어마한 세트장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장건 동상
한나라 장수 장건은 실크로드 개척에 중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다.
흉노를 정벌하고 서역을 정벌하고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교역로를 개척하였다.
왕유의 동상
왕유는 자연과 친숙했던 당나라의 시인이자 화가이다.
술잔을 들고 양팔을 벌려 권하는 포즈가 재미있다.
'그대에게 한잔의 술을 권하니
서쪽 양관으로 나가면 옛벗이 있겠는가'
그가 양관에 대해서 쓴 이별시 한 편 때문에 이곳에 동상이 세워졌는가보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시 한 편 올려본다.
그윽한 죽림(竹林) 속에
홀로 앉아
거문고 뜯고
다시 휘파람 분다.
깊은 숲 아무도 모르는 곳에
이윽고 달이
빛을 안고 찾아온다.
돈황시에서 남서쪽으로 7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한대에 만들어진 실크로드 길목으로 서역 남도(南道)의 입구이다.
양관 관문은 이미 오래 전에 파괴되어 지금은 단지 붉은색 모래언덕 위에
봉화대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곳에서 전동차를 타고 봉화대 입구까지 이동했다.
봉화대
이 봉화대는 여러 개의 봉화대 중 가장 보존이 잘 된 것이라 했다.
2,0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흙으로 쌓은 봉화대가 이 정도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지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했다.
할 일을 다하고 망가진채 돌아앉은 모습이 왠지 쓸쓸하고 고적해 보였다.
지금 양관에는 여러 건물이 있으나 한나라 때의 흔적은 이 봉수대 하나 밖에 없고
그 외 건물들은 모두 현대에 와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양관고지
봉화대 옆에는 '양관고지'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비석 너머에는 타클라마칸 사막이 아스라히 펼쳐져 있다.
양관관문을 지나 서역으로 가려면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타클라마칸은 위구르어로
'한 번 들어가면 돌아나올 수 없는 곳'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사하라사막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사막으로 고비사막과 연결되어 있다.
'비단길'이라는 이름처럼 아름답고 낭만적인 길이 아니고
극한의 고행의 길이었으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릿해졌다.
봉화대 주변의 사막에서 말을 타고 질주하는 중국 청년의 모습을 보며
갑자기 광활한 사막을 끝없이 달려보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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