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보내면서 경북 고령군의 어느 하천으로 꺾지 낚시를 갔다.
다리 밑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이 여느 낚시터 처럼 오염되지 않고 물이 깨끗하고 한적해서
낚시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다.
더구나 하천변에는 자전거가 한 대도 다니지 않는 자전거 도로까지 있어서
손자와 안전하게 걸으면서 놀기에도 딱 좋은 장소였다.
난생 처음으로 모래도 만져보고 돌멩이도 만져보면서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한 우리 손자
어찌나 깔끔쟁이인지 절대로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앉는 법이 없이
오랫동안 쪼그려 앉아서 잘도 논다.
할머니를 따라 돌멩이를 딱딱거리며 신이 났다.
20Cm가 넘는 꺾지를 잡아 의기양양하게 자랑하는 우리 아들
어렸을 때 부터 낚시를 좋아해서 휴일이면 아들과 함께 강가에 텐트를 치고
온가족이 며칠씩 머물면서 낚시를 즐겼었다.
아들은 그 때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제 아들도 그렇게 키우고 싶다고 한다.
낚싯대 2개로 서너시간 동안 모두 7 마리를 잡았다.
부족한 대로 매운탕 한 번은 끓여먹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어떤 분들이 잡은 고기를 모두(16 마리) 우리에게 주었다.
얻은 떡이 두레반이라더니 횡재했다.
23 마리의 물고기를 손질하고 보니 큰 냄비에 그들썩했다.
"제가 민물 매운탕은 한 번도 안 끓여봤는데 한 번 끓여볼까요?"
우리 착한 며늘아기가 자청하고 나섰다.
'아, 맛있는 매운탕 먹기는 글렀구나.'
속으로 걱정이 되었지만 며늘아기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며늘아기는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열심히 매운탕 끓이는 방법을 익히더니
드디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매운탕을 한 냄비 끓여내놨다.
맛 없어도 맛 있다고 하자고 아내와 눈빛 약속을 하고 매운탕 맛을 보았다.
처음하는 요리라고 해서 솔직히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매운탕 맛이 환상적이었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도 전혀 나지 않고 아주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며늘아기 덕분에 온 가족이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추석 연휴 5일 동안 아들네 집에 머물면서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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