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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담양 명아원, 선운사

by 달빛3242 2013. 4. 12.

지인이 운영하는 펜션 명아원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3,100평의 넓은 정원에는 동화속의 집 보다도 더 아름다운 통나무집들이 띄엄띄엄 자리해 있고 

온갖 나무와 꽃들이 잘 가꾸어져 있어서 단박에 반해버리는 그런 곳이었다.  

 

 

잘 다듬어진 넓은 잔디밭은 아직 계절이 일러서 푸르름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잔디밭이 너무 넓어서 잡초만 골라서 죽인다는 제초제를 쓰면 관리하기도 쉬울텐데

지인 내외분은 소일거리가 없으신 동네 할머니들께 부탁하여

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일자리도 드릴 겸 잡초를 제거한다고 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사는 방법은 조금 힘들지 모르지만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과 동식물들에게는 축복받은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다. 

 

 

 

 

뒤뜰에는 담양의 명물인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고

대숲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그만이었다.

 

 

 

 

 

 

 

 

더글러스 원목으로 지은 4동의 통나무집들은 모양과 크기가 조금씩 달라서 또 다른 볼거리였다.

화가인 주인장과 목수의 아이디어가 합쳐져서 탄생한 집으로

겉만 멋있는게 아니라 실내도 너무나 아름답고 아늑했다.

 

 

호텔에 들어가도 뭔가 찜찜한 느낌 때문에

변기를 물세척 한 다음에 사용해야 마음이 놓이는 버릇이 있는데

이곳에서만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통나무집 실내의 구석구석이 너무나 청결하고

오래 전에 홍도 여행을 같이 하면서 주인장 내외분의 인간미에 반했던 터라

모든게 믿음이 가고 내집처럼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다.

또한 깔끔하고 솜씨 좋은 안주인이 직접 만든 천연염색 순면침구는 

은은하면서도 부드러운게 마음에 쏙 들었다.

 어린이용 침구는 특별히 예쁜 캐릭터 무늬가 있는 천으로 따로 만들 정도로

무엇 하나 허술함이 없었다.

 

 

 

 

명아원은 4동의 통나무집 외에도 2동의 벽돌집이 더 있다.

이 벽돌집은 어르신을 모시고 오는 가족들이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노인과 아이들까지 세세하게 챙기는 마음 씀씀이에서

주인 내외분의 완벽하면서도 푸근한 성격이 그대로 느껴졌다.

 

펜션 뒷쪽으로 보이는 산은 전라남도 5대 명산 중의 하나인 추월산이라고 했다.

또한 사진가들이 즐겨 찾은 메타세콰이어 길도 이곳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담양 명아원은 내가 본 펜션 중에 가장 쾌적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담양의 명소 관광은 다음으로 미루고 계획했던대로 선운사로 향했다.

지금쯤이면 만개했을 샛빨간 동백꽃을 상상하면서......

  

 

 

수 많은 종류의 동백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홑겹 동백꽃이다,

노란 수술이 가지런히 담겨있는 속까지 전부 보여주면서도

웬지 수줍은 듯 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끌린다.

선운사 동백꽃은 이게 전부였다.

 

 

동백꽃에 대한 기대는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았다.

예년 같으면 동백꽃이 만개할 시기인데

추운 날씨 때문에 선운사 동백은 아직도 겨울잠에 빠져 있었다.

예전에도 너무 이른 시기에 찾아갔다가 동백꽃을 못보고 돌아온 적이 있는데

그 때 누군가가 4월 초에 오라고 했었다.

이제부터는 계절을 믿지말고 날씨를 믿어야겠다.

 

 

산 위로 올라가니 맑은 물이 흐르던 도솔천은 완전히 메말라 있고

숲은 아직 겨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곳이 가을이면 꽃무릇이 새빨갛게  깔렸던 곳이었던가?

늦가을 화려한 단풍에 마음을 온통 빼앗겼던 곳인가 싶을 정도로

쓸쓸하고 고즈넉한 풍경이었다.

  

 

나물 캐는 할머니한테서만 봄이 느껴졌다.

 

 

다람쥐 한 마리가 선운사 담벼락을 날쌔게 넘나들면서

또 오라고 배웅을 해주었다.

 

산을 내려와 점심으로 풍천 장어구이를 맛있게 먹고

호남고속도로를 달려 대전에 도착하니 저녁 때가 되었다.

한식날을 맞아 식장산 선영에서 산일을 마친 형부와 퇴근한 옆지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대청호 주변에 있는 소문난 맛집으로 가서 붕어찜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언니네와 동생은 서울로 돌아갔다.

이렇게 해서 1박 2일의 여행은 끝이 났다. 

 

 

선운사 동백꽃

                  -김용택-

 

여자에게서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