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은 개화기간이 비교적 길고 종류마다 피는 시기도 달라서
오랫동안 꽃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백합처럼 화려하면서도 진한 향기를 내뿜는 꽃도 드물 것이다.
커다란 꽃송이마다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어서
때로는 진한 향기가 훅훅 몰려오기도 하고
바람결에 은은하게 묻어오기도 한다.
꽃대 하나에 봉오리가 20~30개씩 달려 있어서 차례로 계속 피어 올라간다.
무더위와 장마, 가뭄 등 자연적인 시련이 가장 큰 7월에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
그 중에서도 단연 백합이 돋보인다.
무더운 여름날에 웬 할미꽃?
할미꽃은 초봄에 피어나는 꽃인데 딱 한 송이가 계절을 잊고 늑장을 부렸다.
작년에 파종한 유럽 할미꽃인데 묘가 너무 어려서 봄에 꽃을 보여주지 않았었다.
우리의 붉은 할미꽃과 달리 보라색이어서 더욱 이채롭다.
이 작은 꽃 한 송이가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꽃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여름꽃인 백합과 봄꽃인 할미꽃이 한데 어울려 피어있는 광경이다.
개나리라면 몰라도 할미꽃이 제철이 아닌 때에 피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한 매우 희귀한 광경에 보고 또 보고 오랫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도도하게 피어있는 유럽할미꽃은 딱 한 송이지만
무리를 이룬 백합 앞에서 조금도 위축되지않고 오히려 당당해 보이기까지 한다.
할미꽃은 내년 봄에 포기가 커지면 많은 꽃대가 올라올 것이다.
이래서 인생은 늘 기다림의 연속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