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눈길, 바위길, 자갈길을 오르내리며 보에 산장까지 갔다가
다시 그길을 따라 출발지인 마리아 산장으로 되돌아오는 길은 너무나 삭막했다.
일행이 없이 우리 부부만 왔더라면 아마도 마리아 산장에서 오랫동안 조망하다가
바로 초원으로 내려갔을 것 같다.
알프스는 워낙 방대한 지역이어서 위도에 따라 수목한계선이 조금씩 차이가 나겠지만
보통 2,000m를 수목한계선으로 보고 있으며 2,400m까지는 고산식물이 자란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트레킹을 했던 사스포르도이는 전구간이 거의 3,000m에 육박하는 고지대이다.
쉽게 말하자면 온종일 백두산보다 높은 지대에서 노닐었던 것이다.
수목한계선을 훨씬 뛰어 넘는 곳에 있었으니 풀 한포기 있을 턱이 없는 것이다.
바로 저 아래, 내가 걷고싶은 길이 손짓하는데......
원점인 마리아 산장으로 돌아왔다.
일행 중에 트레킹을 힘들어하는 여자분이 있었는데
그 분은 이곳에서 우리가 올 때까지 혼자서 시간을 보내며 기다렸다고 한다.
삭막한 길을 힘들게 트레킹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산장에서의 시간이 더 행복했을 듯.
트레킹이 일찍 끝나서 바로 내려가지 않고 마리아 산장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다시 사방을 천천히 둘러보며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 속에, 머리 속에 꼭꼭 새겨넣었다.
시간이 널널해서 건성으로 건너뛰었던 여러개의 표지판을 꼼꼼이 살펴보며
실제 산봉우리와 맞춰보는 여유도 부릴 수 있었다.
이 많은 빼어나게 아름다운 산봉우리들을 마리아 산장에서 다 볼 수 있는 것이다.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사스 포르도이에서 멋진 풍경과 함께
7월 속의 겨울을 만끽한 하루였다.
트레킹 종료 후 케이블카를 타고 파소 포르도이로 내려와서
두번째 마을인 카나제이 마을로 이동했다.
이제 이곳에서 이틀간 머물게 된다.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동네 구경에 나섰다.
옆지기와 둘이서 작고 깨끗한 동네 한바퀴 돌고나서 개울길을 따라 걸었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우와,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 구름!'
저녁식사를 마치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기가 서운해서
호텔 정원에서 한 부부팀과 담소를 나누다가 우연히 발견한 유방운이다.
아직까지 한번도 본 적 없는 이런 구름을 알프스에 와서 보게 되다니
아무래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글동글 예쁜 구름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구름이 뭉개질 때까지 올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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