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
-루트 : 콤파치(1,815m) → 파노라마 산장(2,015m) → 일페 디 티레스 산장(2,440m)
→몰리그논 산장(2,054m)→ 파노라마 산장(2,015m)
- 총거리 : 약 13Km
- 소요시간 : 5~6시간
오늘의 일정은 돌로미테 하이라이트 트레킹 중 가장 거리가 길고 표교차가 큰
알페 디 시우시 트레킹을 하는 날이다.
알페 디 시우시는 해발 2,000m대의 고지대에 위치한 알프스 최대 목초지이자
유럽인들에게 인기있는 휴양지로
면적이 축구장 8,000개를 합쳐놓은 넓이와 비슷할 만큼 방대한 곳이다.
전용차량을 이용하여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는 콤파치로 이동했다.
일정표에는 콤파치(1,815m)에서 알페 디 시우시 트레킹이 시작되는 파노라마 산장(2,015m)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일행 모두가 콤파치는 초행이어서 어디에 케이블카 탑승장이 있는지도 모른채
무심코 현지 가이드를 따라 파노라마 산장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현지 가이드에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할 구간을 걸어서 올라간 이유를 물으니
날씨가 너무 좋아서였다나?
가이드의 독단 덕분에 아름다운 꽃길을 실컷 걸을 수 있었으니 전혀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미리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게 아닐까?
초입부터 야생화의 향연이 이어지기 시작하고
잘 생긴 말 한마리가 동상처럼 서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응원을 보냈다.
조금 올라가자 온갖 야생화로 뒤덮인 상상을 초월하는 드넓은 초원이 펼져졌다.
노랑, 하양, 분홍 야생화의 향연에 가슴은 마구 두근거리고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이 아름다운 곳을 케이블카를 타고 그냥 쓱 지나쳤으면 어쩔뻔 했나?
비록 독단적이긴 했지만 현지 가이드의 결정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세상에, 세상에!!!
이 꽃들을 다 어쩌면 좋아!
어제 세체다 트레킹을 하며 태어나서 가장 많은 꽃을 보았다고 했는데
하룻만에 그 기록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케이블카로 2~3분이면 올 수 있는 파노라마 산장을 걸어서 40여 분만에 도착했다.
꽃길만 걸어서인지 모두의 얼굴이 환해 보였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초원의 꽃길로 들어섰다.
알페 디 시우시의 상징인 시칠리아르(Sciliar)산군과 야생화의 어울림이 가히 환상적이다.
2년 전 9월에 알프스를 찾았을 때는 꽃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었다.
그 아쉬움이 너무나 커서 이번에는 작심하고 꽃철을 제대로 맞춰서 오게 된 것인데
그토록 좋아하는 꽃을 실컷 볼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차도록 행복했다.
알프스는 6월에서 7월 사이가 가장 많은 야생화가 핀다고 한다.
초원의 길목에도 아기자기한 무인판매대가 있었다.
알록달록 꽃이 핀 듯 풍경을 해치지않는, 소꿉장난 같은 이쁜 판매대가 눈길을 끌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꽃, 꽃, 꽃이다!
이런 호사를 누릴만큼 복을 많이 지었는지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멀리 왼쪽으로 어제 트레킹을 했던 세체다와 오들러 산군이 보인다.
어제 온종일 시선을 사로잡았던 싸소형제(싸소롱고, 싸소피아토)도 어제보다 더 가까이에서 보인다.
그새 정들었다고 반가웠다.
드디어 소떼가 나타났다.
눈길 한번 주지않고 풀을 뜯는 하얀 머리 소들이 인상적이었다.
이건 또 무슨 꽃인지 군락을 이룬 화려한 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제부터는 경사가 완만한 초원의 꽃길이 끝나고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
오른쪽 계곡에는 눈이 녹지않고 하얗게 쌓여있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는 저 길을 올라갈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숨이 턱턱 막혔다.
해발 1,815m 의 콤파치에서 시작하여 해발2,440m의 알페 디 티레스 산장까지는
표고차가 625m나 되는 어려운 코스다.
해발고도가 높고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개인의 체력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우리 부부는 나이는 제일 많았지만 계속 선두그룹에 속해서 트레킹을 이어갔다.
고도 2,000m이상에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을 걸을 때는 저만큼 앞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부럽고
뒤에 쳐져서 힘들게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조물주가 취중에 만든 산봉우린가?
울퉁불퉁 아무렇게나 생긴 모습이 그야말로 개성 만점이다.
힘겹게 능선에 오르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알페 디 티레스 산장, 빨간 지붕이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전망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제부터는 내려가면서 보이는 풍경을 담은 것이다.
올라올 때는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내려가는건 얼마든지 자신있다.
올라올 때의 길로 되돌아가지 않고 다른길로 접어드니 또다른 신세계가 펼쳐진다.
푸른 하늘에 흰구름 두둥실, 날씨까지 받쳐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오른쪽으로 낭떠러지가 있는 위험천만한 길도 지나고~~
오버행 바위 밑도 지나고~~
우린 그렇게 고난을 함께 이겨나가면서 서서히 정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며 트레킹은 더욱 재미있어져 갔다.
'당신과 나, 이 나이에 참 장하다!'
능선에 오르니 눈이 빙하처럼 길게 쌓여있는 계곡이 보이고
멀리 초원 위에 우리가 가야할 길도 보인다.
아무리 멀어도 또다시 초원의 꽃길을 걸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
"지금부터는 매우 가파른 내림길이니 방심하지 말고 조심하라. 내려가는 길이 더 위험하다"는
현지 가이드의 주의를 듣고 천천히 조심해서 발길을 떼었다.
길이 너무 경사가 심하고 위험해서 감히 사진 찍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초원으로 이어지는 길까지 내려갔다.
초원으로 내려오니 한없이 평화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얀 립스틱을 칠한 검정머리 소들이 사람이 다가가도 미동도 하지않은채 그대로 앉아있다.
'그래, 너희들도 살아있는 동안 인생을 아니, 우생을 실컷 즐겨라.'
여긴 하얀머리 소?
소들이 한가롭게 쉬고 있는 너머로 올라갈 때 보았던 시칠리아르산군이 보인다.
산이 밋밋할 뻔했는데 V자로 갈라진 끝부분 때문에 멋있어 보인다.
뒤쳐진 일행을 기다리며~~
한참 후에 거의 초죽음이 되어 내려온 몇몇 일행분을 보며 어찌나 안쓰럽던지
모두 박수를 쳐주며 격려해주었다.
트레킹을 하면서 우리와 대화를 많이 나눴던 부부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두 분이 항상 같은 곳을 바라보며 내내 행복하시기를......
우린 다시 노란 꽃물결 속으로 합류했다.
구름인지 산인지, 오후 햇살에 돌로미테의 백운암이 더 하얗게 빛난다.
싸소형제의 피부색깔이?
구름 그림자 드리운 싸소롱고는 검게 보이고, 싸소피아토는 더욱 하얗게 빛난다.
싸소형제여, 너희들도 언제까지나 의좋은 모습으로 영원하길......
초원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어서 이곳저곳에서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 넓은 초원이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변하기 때문에 여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어느 모녀의 다정한 모습
오늘의 트레킹 구간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다.
아주 쉬운 구간도 있었고, 그와 정반대로 아주 어렵고 험한 구간도 있었다.
파노라마 산장에 도착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콤파치까지 쉽게 내려갔다.
아침에 올라올 때처럼 꽃을 감상하며 걸어내려가도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은
꽃을 지독하게 좋아하는 나만의 생각이려나?
모두가 힘들었을텐데도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어있다.
트레킹 종료 후 두번째 마을인 카나제이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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