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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꽃 이야기

아직도 미련이

by 달빛3242 2019. 11. 29.


만추의 계절, 일년 중 가장 크게 아쉬움을 느끼는 계절이다.

왜 가을이 갈 때면 이렇게 점점 더 아파지는지 아마도 나이 탓인 것 같다.

짧은 봄이 지나갈 때도, 한해가 다 저물어가는 연말에도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갈피를 못잡을 정도는 아닌데

유독 이 계절에는 가슴앓이를 심하게 한다.

여름이 가면 좋고, 겨울이 가면 더 좋은데 가을은 마음에서 쉽게 보내지지 않는다.


손자들과 앉아서 김밥 먹던 돌의자 주변에 낙엽이 곱게 깔렸다.

내년 봄에나 이 차가운 의자에 다시 앉을 수 있을 것이다.




단풍이 한창이던 11월 초순의 감나무


11월 중순의 수양단풍나무


11월 중순에 핀 이 꽃은?


꽃이 아니라 황철쭉 단풍이다.

추위에도 기세좋게 푸르름을 자랑하는 꽃무릇을 배경으로

꽃보다 더 고운 황철쭉 단풍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낙엽으로 뒤덮인 호스타 길


7개월 동안 내게 기쁨을 주었던 호스타가 추위에 삶아놓은 잎처럼 주저앉았다.

11월 초순까지는 너무나 이쁘고 짱짱했었는데......ㅠㅠ


방울철쭉, 또 다른 이름이 '단풍철쭉'인 만큼 매년 아름다운 단풍을 자랑한다.


야산에 흔한 단풍나무이다.

20여년 전 어느 단풍나무 아래에 자연발아한 새싹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 운 좋게 간택된 나무이다.

그 작은 시작이 이렇게 고운 인연으로 이어질 줄이야!


옆지기 친구분 댁에서 모셔온 분홍진달래는 노랗게 단풍이 들었다.

꽃을 볼 때마다 내게 꽃을 주신 분들을 항상 고맙게 기억한다.


단풍이 곱기로 으뜸인 화살나무

가지 중앙에 새의 보금자리를 품고 있다.


이끼 낀 돌담장 안에서 샛빨갛게 물든 단풍나무와 칙칙하게 물든 목련나무


올해 단풍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실목련

11월 하순인데도 잎이 지지않고 오랫동안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단풍 빛깔도 곱고 잎의 모양도 맘에 쏙 든다.

지난 봄에 딱 한송이 꽃을 보여줬었는데 자세히 보니 꽃눈을 많이 준비해 놓고 있다. 


마지막 남은 앞산의 낙엽송 단풍이 가을의 끝자락을 곱게 물들이고 있다.

이제 낙엽송 단풍마저 져버리면 완전 겨울산이 되고 만다.




가을이 좀더 머물러 있도록 꽁꽁 싸매고 묶어놨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자연의 순리는 거스를 수가 없으니

이제 그만 미련 떨지말고 쿨하게 보내주어야겠다.

'안녕, 가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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